크론병 혁신 신약 개발 ‘훈풍’…“1~2년에 한번씩 새 치료제 나올 것”

강스템바이오텍, 종근당 등 주목
“약효 좋아지고 부작용 줄어들 것”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의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국내 기업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약이 점점 진보하면서 정상 상태(관해기) 유지 기간이 길어지고 백혈구 감소증 등 부작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크론병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퓨어스템CD'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 1상을 지난 1월 끝냈다. 제약회사가 신약을 시장에 내놓으려면 1상부터 3상까지 모두 세 단계의 임상시험을 거치며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이 가운데 주로 안전성을 검증하는데 초점을 맞춘 첫 단계 임상을 끝난 것이다.퓨어스템CD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크론병 치료제는 모두 면역세포에서부터 출발해 과잉면역반응으로 이어지는 중간 과정 어딘가를 조절하는 약이었다. 반면 퓨어스템CD는 중간 과정이 아니라 면역작용의 출발지점인 면역세포에 직접 약효를 발휘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크론병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강스템바이오텍 측의 설명이다.

변승재 강스템바이오텍 IR팀장은 “투약을 하면 체내에 들어간 줄기세포가 면역세포 과잉 활성화를 억제하는 물질을 분비한다”며 “활성도가 적정 수준으로 조정되면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반복 투약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1회 투약으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과잉 활성화된 세포에 한해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에 신체 면역력이 전체적으로 낮아지는 부작용도 없다”고 덧붙였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퓨어스템CD의 임상 2상을 해외에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근당은 유럽에서 ‘CKD-506’로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염증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체내 효소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하는 게 목표다. 현재 하고 있는 유럽 임상은 적응증(치료하고자 하는 질병)이 류머티즘관절염이지만 향후 크론병으로도 확대하려고 한다. 류머티즘관절염과 크론병은 모두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상호 적응증 확대가 용이하다.HDAC6를 억제해 크론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직 개발된 게 없다. 크론병은 병의 정도, 기존 약에 대한 내성 여부 등에 따라 다른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종근당이 CKD-506 개발에 성공하면 여기에 선택지를 하나 추가하는 셈이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환자의 특성에 맞게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최근 주목 받는 크론병 약은 모두 주사제인데 CKD-506는 환자의 복용 편의성이 높은 먹는 약이라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과거 크론병 치료에는 합성의약품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오의약품이 속속 개발되면서 치료 효과가 높아졌다. 얀센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맵),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 얀센의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다케다제약의 킨텔레스(베돌리주맙)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일부는 국내 기업이 만든 복제약으로도 나왔다. 레미케이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휴미라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랄디가 복제약이다.

인플릭시맵과 아달리무맙은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를 억제하는 약이다. 기존 합성의약품에 비해 환자의 증상을 눈에 띄게 개선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다만 TNF-α 억제제는 부작용 위험이 비교적 높고 체질에 따라 이 약이 듣지 않는 환자도 있다. 이 경우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T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우스테키누맙, 장에만 면역세포가 가는 걸 차단하는 베돌리주맙을 쓸 수 있다.크론병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투약 편의성도 중요하다. 인플릭시맵과 베돌리주맙은 정맥 투여를 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한다. 반면 아달리무맙은 피하 주사가 가능해 환자가 프리필드시린지(사전에 약이 충전돼 있는 일회용 주사기)로 집에서 혼자 투약할 수 있다. 우스테키누맙도 초기에는 정맥 투여를 해야하지만 나중에는 피하 투여가 가능하다. 종근당이 CKD-506를 먹는 약으로 개발하는데 성공하면 투약 편의성에서 큰 진전이 생기는 것이다.

천재희 신촌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앞으로 1~2년에 한번씩 새로운 크론병 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라며 “효과는 점점 더 좋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들어 몸 상태를 완치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