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연락 없이 불쑥 오시는 건 못 참아' 시어머니 문전박대한 아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방극장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고부갈등의 케이스가 등장한다.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가장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어느 순간 사소한 일로 소원해지기 쉬운 관계가 바로 고부지간이다.

30대 남성 A씨는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천사 같다고 생각했던 아내가 아들 집에 놀러온 어머니를 문전박대했다는 것. A씨 아내는 최근 임신과 동시에 휴직에 돌입했다고 한다.

첫 아이 임신 소식에 양가 어른들은 모두 기뻐하셨다. A씨 역시 가능하면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리부터 청소, 빨래 등 집안일까지 모두 퇴근한 A씨의 몫이다.

문제는 A씨 어머니가 며느리의 건강을 염려하며 이들의 신혼집에 다녀가면서부터다. A씨는 "신혼 초 집들이 때 딱 한 번 다녀간 것 외에는 부모님이 오신 적이 없다. 아내는 주위에서 안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지 '시골 시부모님들 오셔서 자고 가는거 싫다'라며 '중간 역할 똑바로 하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연락 없이 찾아오는 것도, 살림에 대해 간섭하는 것 모두 용납 못한다"고 강조해 왔다.

최근 A씨는 어머니는 밤새 곰국을 끓여 얼린 것을 며느리에게 주기 위해 시외버스를 타고 집에 오셨다.시어머니는 버스가 출발하고서 아들 내외에게 미리 연락해야겠다 싶었지만 휴대폰은 시골 집에 두고 온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곰국만 놓고 돌아오자는 생각에 무작정 며느리에게 향했다.

얼마 후 A씨는 신경질을 부리는 아내의 전화를 받았다. 아내는 "이런 일 없게 해달라고 했지 않았느냐"라며 화를 냈다. 아내 설명에 따르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씻지도 못하고 누워있는데 벨 소리가 들려 확인해보니 어머니였다고. 연락도 없이 온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면서 화를 냈다.

A씨는 아내를 진정시키고 어머니를 바꿔달라고 했다. 연락 없이 무작정 오신 건 어머니도 잘못됐다는 쓴소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는 "어머니 지금 안계셔. 이런 일 한 번 넘어가면 계속 반복돼. 문 안 열어드렸어"라고 말했다.

A씨는 바로 어머니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물론 핸드폰은 시골 집에 있었기에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다.

며느리를 생각해 곰국을 끓여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A씨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몇 분 뒤 회사 입구 안내데스크에서 가족이 방문했다는 연락이 왔다.

내려가보니 핑크색 보자기 두 개를 들고 있는 어머니가 우두커니 서 계셨다. 핸드폰은 없었지만 A씨가 준 명함이 있어 찾아오셨던 것이다.

A씨는 짐짓 모른 체 하고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지만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고 시골 집으로 내려가셨다.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아내는 아내대로 화가 나있었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벨을 누르는 것을 화면에서 보고 집에 없는 척 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아무리 아들 집이라도 예의가 있지,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A씨는 "임신 중 예민한 상태라는 것은 이해한다. 갑작스러운 시어머니 방문에 불쾌한 며느리 심정도 이해한다. 하지만 4시간 걸려 오신 어른 집안에 모시고 차나 한잔 드린 뒤에 보내드리는 것이 며느리로서 예의 아닌가. 나중에 제게 화풀이 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낙담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배는 불러오고 있고, 제 자식은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혼하고 싶어 미치겠다. 저런 아내가 내 아이의 어머니로서 교육한다는 것만 생각해도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A씨 아내의 행동을 지적했다. "아내가 너무 심했다?", "전형적인 임신 유세", "사람 앞에 두고 저렇게 무시하는 인간과 평생 살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며느리에 문전박대 당하고 아들 회사까지 찾아간 어머니 심정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무리 시댁 식구가 불편하다지만 버스 타고 오신 분에게 차 한잔 정도는 대접해 드리는게 인지상정", "모르는 사람도 그렇게 문적박대 안하겠다"라고 분노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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