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화재 이후 14년…산불에 문화재는 안전할까

고성·속초·인제에 국가지정문화재 27건…"현재는 피해 없어"
성종 20년(1489) 강원도 관찰사 이육은 "2월 24일에 산불이 나서 양양부 주민 205호와 낙산사 관음전이 연소(連燒)되고, 간성향교와 주민 200여 호가 일시에 모두 탔다"고 아뢰었다.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이후에도 강원도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한 기록이 몇 차례 나온다.

울창한 나무가 많은 태백산맥 동쪽, 영동 지방에서 큰불이 일어나 피해 상황을 조정에 보고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현대에도 빈발했다.14년 전인 2005년 4월 4일 오후 늦게 양양군 강현면 사교리에서 시작된 산불은 식목일인 이튿날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져 우리나라 관음보살 신앙의 본향인 낙산사에 옮겨붙었다.

이날 오후 3시께 사찰 주변 송림에 이른 산불은 서쪽 일주문을 태운 뒤 대웅전을 집어삼켰고, 보타전·원통보전·요사채·홍예문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조선 초기에 만든 1.58m 높이 보물 제497호 '낙산사 동종'도 소실됐다.그러나 또 다른 보물인 건칠관음보살좌상과 신중탱화, 후불탱화는 산불이 닿기 전에 황급하게 안전한 곳으로 옮겨 피해를 보지 않았다.
정부가 5일 오전 9시를 기해 재난사태를 선포한 강원도 동해안 산불은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일성콘도 부근에서 발화해 북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따라 속초 시내 방향으로 번졌다.

속초 설악산 기슭에는 신라 진덕여왕 6년(652) 자장율사가 향성사(香城寺)라는 명칭으로 창건한 절인 신흥사가 있다.신흥사에는 향성사지 삼층석탑,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목조지장보살삼존상, 극락보전, 제진언집 목판 등 보물만 5건 있다.

이외에도 속초에는 사적으로 지정된 청동기시대 유적인 조양동 유적, 명승인 비룡폭포 계곡 일원·토왕성폭포·비선대와 천불동계곡 일원,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천연보호구역·설악동 소나무가 있다.

고성에는 보물 가운데 건봉사 능파교와 육송정 홍교가 있고, 어명기 고택과 왕곡마을은 국가민속문화재다.

신석기시대 유적인 문암리 유적은 사적 제426호로 지정됐다.

인제에도 보물 4건과 명승 5건, 천연기념물 2건이 있다.

이번 산불은 미시령 초입에서 발생해 속초와 고성 사이 경계를 따라 이동했다.

발화 지점인 일성콘도에서 신흥사까지는 직선거리로 4㎞에 불과하지만, 산불 경로에서 벗어나 피해가 없었다.

고성과 인제 지역 주요 문화재도 다행히 산불 영향권에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신흥사 관계자는 "바람이 사찰과 반대 방향으로 불어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며 "말사인 보광사 일부 건물이 불탔으나, 강원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불화인 현왕도는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문화재청 관계자는 "오늘 오전 11시 기준으로 문화재 피해 사례가 들어오지는 않았다"면서도 "지자체와 관계기관을 통해 화재 상황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