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타트업 키운 996룰에 반기 든 젊은 직원들

"잠도 삶도 없이 오로지 일~일~
이렇게 살다가 30살 되기 전 번아웃 한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는 ‘996룰’이라는 게 있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1주일에 6일 일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 경제 발전과 함께 급속히 성장해온 IT업계에 자리잡은 문화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닷컴이 1996년 처음으로 도입해 시행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이 뒤를 따랐다. 996룰은 이들 회사의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중국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선 996룰에 반기를 든 직원이 늘고 있다.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공유 플랫폼인 ‘깃허브(github)’에서 996룰을 성토하는 게시글이 빠른 속도로 공유되고 있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서도 996룰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IT업계 직원들은 “회사가 중국 노동법을 지키지 않은 채 초과 근무를 강요하고 수당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로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직원들에게 996룰을 강요하는 사례가 늘어난 게 불만을 증폭시켰다. 지난해 말부터 중국 최대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 메이퇀을 비롯해 1, 2위 공유자전거 서비스 기업 모바이크와 오포 등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알리바바, 징둥닷컴은 물론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 동영상 서비스 기업 바이트댄스도 마찬가지다. 이 중 알리바바와 징둥닷컴, 바이트댄스는 반(反)996 캠페인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FT는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매일 80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등 중국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춘에서 젊은 직원들이 장시간 근로와 격무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도했다. 이들은 “잠도, 섹스도, 삶도 없이 지낸다”며 “30세가 되기 전 ‘번아웃(burnout)’ 한다”고 토로했다. 인터넷 회사 매니저로 일하는 양씨(33) 부부는 “맞벌이여서 둘 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퇴근한다”며 “최근 몇 달간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평일엔 너무 고단해 성관계는 생각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텐센트, 치후, 샤오미 등 중국 IT 기업은 자사가 운영하는 브라우저에서 반996룰 캠페인의 중심이 되는 깃허브의 ‘996 . ICU’ 접근을 차단하고 나섰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