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다, 차가웠다' 반복하는 지구…5000년 前에는 지금보다 더 더웠다

미래 환경 예측 위해 '홀로세 기후 최적기' 연구 활발

2100년엔 서울에 야자수 나무?
자연적 기온상승에 산업화 겹쳐
2100년 평균 3~5℃ 상승 전망도
2100년 대한민국은 아열대 국가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야자수가 자라고 겨울에도 눈이 내리지 않는다. 한반도의 최남단인 제주도는 동남아시아처럼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지구 온도 5000년 전 수준 도달하나1700년께 소빙기가 끝나면서 지구의 온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900년대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현대 온난기에 진입했다. 온도가 오르는 구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까지 늘면서 온도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2100년이 되면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3~5도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산화탄소는 지표면이 머금고 있는 열에너지가 우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한다. 지구 온난화 원인 중 60% 정도를 차지한다. 지구의 온도를 높이는 원리가 온실과 비슷해 ‘온실효과’란 용어가 생겼다. 메탄과 수증기도 이산화탄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온실 기체로 꼽힌다.

온난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해는 2016년(평균기온 14.96도)이다. 2위는 2015년(14.88도), 3위는 2017년(14.84도)이며 4위가 지난해(14.7도)였다. 최근 4년이 1~4위를 모두 차지했다.한반도 역시 비슷한 흐름이다. 국립기상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의 최근 30년 기온은 1912~1941년보다 1.4도 높아졌다. 20세기 초와 비교해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하지만 최근 100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웠던 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9000~5000년 전 지금보다 기온이 2~3도가량 높은 ‘홀로세 기후 최적기’가 존재했다. 한반도의 홀로세 기후 최적기는 약 7600~48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과학계는 이 시기가 2100년 이후의 기후와 상당히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홀로세 기후 최적기를 분석해 미래 기후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이유다.

그다음에 찾아온 ‘중세 온난기’는 1300~900년 전이다. 평균기온은 9.5~10도 수준으로 지금보다 다소 낮지만, 해당 시기 전후 한랭기 때보다는 기후가 높았다. 중세 온난기의 원인으론 태양 활동의 강화, 화산 활동 감소, 해류의 변화 등이 꼽힌다. 한 가지 요인 때문이라기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400년 전 소빙기 재출현에 관심

지구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꾸준히 온난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는 학자는 의외로 많지 않다. 기후에는 일종의 주기가 있기 때문에 급격히 온도가 올라간 뒤에는 필연적으로 소빙기가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역사 기록에 남아있는 가장 최근의 소빙기는 400~300년 전이다. 당시 평균기온은 8~8.5도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한반도 기온보다 평균 5도 정도 낮았다. 소빙기의 근거는 극지방에 있는 빙하 높이다. 알래스카나 아이슬란드에서 측정한 빙하의 높이는 1560년, 1750년, 1850년 무렵 최고에 달했다고 기록돼 있다. 1789년 일어난 프랑스 대혁명의 이유 중 하나로 ‘강추위’가 꼽히는 것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큰 한파가 들이닥쳤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소빙기의 원인 역시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지구가 따뜻해져 빙하가 녹으면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의 기온차가 작아진다. 이렇게 되면 찬 공기를 가둬놓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고, 이를 틈타 북극의 추운 공기가 제트기류를 뚫고 다른 지역까지 흘러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혹한기가 찾아온다.

일부 기후학자는 최근 급격한 온난화에 접어든 점을 고려해 30여 년 정도의 소빙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400~300년 전처럼 북극의 추운 공기가 남쪽으로 이동해 뜨거운 지구를 식혀줄 것이란 관측이다.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데이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신뢰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재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후는 10년이 됐든 100년이 됐든 급격하게 올라가면 일정 수준으로 떨어지는 주기성이 있다”며 “다만 데이터가 최근 100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단기 사이클은 예측할 수 있어도 중장기적인 예측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