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덕에 인지도 높은 K뷰티, 여전히 매력적"

현지 유통 전문가들 평가

한국 화장품, 매출의 40% 차지
후·숨·설화수는 인기 여전
상하이 세포라 매장의 디올 랑콤 등 고가 화장품 부스 앞에 몰려 있는 중국 소비자들.
중국 현지 브랜드와 일본 럭셔리 브랜드에 치이고 있지만 여전히 ‘K뷰티’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현지 전문가도 있었다.

상하이 최고급 신스제다완백화점에서 화장품 입점을 담당하고 있는 이예 레이 총괄 매니저는 “한국 화장품은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한류 열풍 덕에 인지도도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과 브랜드 콘셉트를 고급화한 것이 후, 설화수 등 한국 브랜드의 강점”이라고도 했다. 실제 후, 설화수, 숨 등 3개 한국 브랜드는 쟁쟁한 43개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함께 1층 매장에 입점해 있다. 라메르 라프레리 등 유럽 최고급 브랜드도 입점하지 못했다.중국 유통업계 관계자들도 여전히 한국 브랜드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200개 소도시의 3000여 개 화장품 소매점에서 12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백운호 난징지쥐 서플라이체인 관리유한공사 사장은 “여전히 K뷰티는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의 매출 중 40%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에서 나온다. 30%는 유럽과 미국 브랜드, 30%는 새로 생긴 중국 중저가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다. 백 사장은 “잘 팔리는 제품을 보면 럭셔리하거나 유명하거나 독특한 콘셉트를 가져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 메디힐과 파파레서피의 마스크팩, 바닐라코의 클렌징 제품 및 닥터자르트의 V7 크림처럼 특색 있는 제품이 잘 팔린다고 말했다.

‘아빠가 딸을 위해 만든 화장품’이라는 콘셉트의 파파레서피가 대표적이다. 독창적인 콘셉트와 좋은 성분을 강조한 봄비 마스크팩, 가지 머드팩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파파레서피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코스토리의 김한균 대표는 “중국에서 상품이 잘 팔려 아예 가족과 함께 상하이로 이사했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젊은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알아보며 트렌드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기용한 메디힐도 중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의 조사에 따르면 메디힐은 2016년부터 3년 연속 시트타입 마스크팩 브랜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까지 메디힐의 마스크팩은 총 16억 장 판매됐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팔린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더마코스메틱(약국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도 지난해 국내 면세점에서만 240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1590억원)보다 51.5% 성장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닥터자르트의 국내 면세점 매출은 샤넬(2330억원) 구찌(2254억원) 루이비통(2004억원)보다도 많았다.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이 대거 구매한 덕이다.왓슨스 등 중국 유통업체에서 15년 동안 근무한 신동화 비투링크 중국법인장은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급성장하는 것이 위협 요인이긴 하지만 닥터자르트 파파레서피 등 개성 있는 한국 브랜드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고급화하거나 특색을 강조하는 브랜드,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하는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