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한 국가는 없다"

'反기업' 부추기는 美 정치권에 일침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서한 공개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간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CEO·사진)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며 반(反)기업 정서를 비판했다. 그는 또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비효율과 부패로 이어진다”며 사회주의 바람에 대한 경계도 촉구했다.

다이먼 회장은 4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51쪽에 달하는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을 공개하고 “민간 기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진정한 성장의 엔진”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공한 대기업이 없는 나라를 보여달라”며 “그건 일자리도 없고 기회도 충분하지 않은, 성공하지 못한 나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다이먼 회장은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기업과 은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이해관계에 익숙해진다”며 “이는 기업과 시장의 비효율, 특혜 그리고 부패로 이어진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사회주의를 시도한 다른 나라처럼 미국에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이먼 회장의 이 같은 경고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등 일부 정치인이 자본주의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하고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며 대중의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자본주의에도 일부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결국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이긴다”고 강조했다. 다이먼 회장은 “규제받지 않고 단순하면서도 무질서한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본주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다이먼 회장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대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건 확실히 옳았다”며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지금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선 “하드 브렉시트는 영국에 정말 나쁜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善한 정책'도 때론 효과 없어…과감하게 수정할 줄 알아야"

“자본주의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며, 사회주의는 그렇게 퍼지지 않을 것이다. 난 그렇게 믿는다.”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CEO)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미국외교협회(CFR)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와 만나 한 말이다. 그는 이날 오전 51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주주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을 발표했다. 통상 실적과 비전에 관한 내용이지만, 이번엔 절반인 25페이지에 걸쳐 사회주의 확산, 규제, 중국과의 관계 등 주요 이슈 및 공공정책에 대해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저녁엔 CFR에서 뉴욕의 유력 인사 2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직접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첫 질문은 “왜 공공정책에 대한 글을 많이 썼나”였다. 다이먼 회장은 “JP모간에 건강한 미국과 세계는 너무나 중요하다”며 “지금 이런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20~30년 내에 미국의 리더십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가 분열돼 있어 기업과 CEO가 나서지 않는다면 진전은 더 어려울 수 있다”며 “이 편지를 쓰려고 5주와 추가로 열흘을 더 바쳤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반기업 정서와 규제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했다.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면 기업과 은행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 이해관계에 익숙해진다”며 “이는 기업과 시장의 비효율과 특혜, 부패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경제 침체와 부패를 낳는다”며 “(사회주의가 시도된) 다른 나라들처럼 미국에도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다이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치권의 ‘기업 옥죄기’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상원의원(민주당)은 최근 아마존 등 거대 기술기업 해체를 주장한 데 이어 지난 3일엔 “미국 경제에 해악을 끼친 기업 CEO에게 형사 책임을 확대해 구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강력한 규제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지배구조 개선을 이유로 대기업에 대한 경영 간섭을 강화하고, 검찰 수사를 남발하는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이먼 회장은 “과도한 규제가 경제를 개선시키기는커녕 대·중소기업의 성장 및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창업이 어려워지면서 중소기업 설립 및 고용이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라이선스(허가)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에 대해 “금융 안정성은 커졌다고 믿는다”면서도 “위기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과도하고 비효율적이고 중복된 규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 정치권에 직접적인 충고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엔 “정부가 ‘선의 이름으로’ 행한 많은 일이 때로는 효과가 없어 수정될 필요가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공화당엔 “미국은 고령자와 병든 자, 가난한 자에게 적절한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더 많은 미국인을 위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대선 출마에 대해선 “내 직업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CNBC는 다이먼 회장이 지난해 출마를 고민하다 뜻을 접었다고 전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건 확실히 옳았다”며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든 관계없이 지금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선 “국가 통제와 각종 부양정책으로 6%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수 있지만 철도를 깔고 도로를 건설해서 목표를 맞출 것이란 뜻이다.

다이먼 회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영국에 충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럽에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미국엔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JP모간은 런던에 1만6000명의 직원이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 유럽 사업을 하던 1만2000명이 다 유럽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미국의 경기 침체가 임박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실업률은 떨어지고 임금은 오른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소비자와 기업의 자신감은 조금 내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다만 항상 나쁜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2019, 2020년은 아니겠지만 2022년께엔 침체가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미국 최대 금융회사 JP모간체이스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1956년 뉴욕에서 태어나 터프츠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1982년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사장이던 샌디 웨일의 권유로 골드만삭스 입사를 뿌리치고 아멕스에 입사했다. 웨일과 함께 씨티그룹으로 옮긴 그는 1998년 당시 CEO였던 웨일로부터 갑자기 해고당해 실업자가 됐다. 2000년 시카고의 은행 뱅크원 CEO로 재기한 그는 회사가 2005년 JP모간에 인수된 뒤 JP모간 CEO에 올랐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때 JP모간을 최대 금융사로 성장시켰다. 2008년 뉴욕연방은행 이사도 지냈다. 월가뿐 아니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CEO로 꼽힌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