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주한 美 대사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아냐"

"北, 미국의 비핵화 요구 명확히 이해했을 것"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미국 핵심 전략"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5일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결코 실패한 회담이 아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을 이룬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이었다고 평가했다.해리스 대사는 이날 오후 도쿄 아카사카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됐을 것이라며 그런 견해를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전에는 미국이 원하는 최종적 비핵화 개념에 대해 오해를 했을 수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회담을 통해 미국 입장을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해리스 대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단순'(Short)했다며 영변 지역 등 핵 시설을 미래 어느 시점에 폐기하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거의 모든 대북 제재를 당장 해제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미국이 북측 요구를 받아들였다면 북한의 모든 미사일, 대량파괴 무기, 그리고 그것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은 그대로 둔다는 얘기라며 그렇게 했다면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역내가 안전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북한은 이제 미국 입장을 명확히 이해하게 됐고 선택을 해야 한다.

공은 명백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넘어갔다"며 그런 점에서 하노이 회담은 결코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그는 하노이 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해 김 위원장이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협상안을 갖고 대화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한·미 동맹은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linchpin)이라며 내주 백악관에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근의 북핵 상황과 양국 간 현안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대사는 또 '레이더 갈등'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해리스 대사는 "동맹 간의 협력은 미국이 설정한 (전략적)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하다"며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의 적극적 개입 없이는 경제나 안보 부문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이 일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한미일 3국에 모두 이익이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줄어 대북 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합동 훈련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중국을 겨냥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 Open Indo-Pacific)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4개국 주재 미국대사들이 참여했다.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지난 70년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 번영을 위해 개방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인도-태평양 전략은 주변 국가들이 독립적이고, 어느 국가도 위성국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미국의 신념에 근거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은 확실히 여러 면에서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며 이 부분에서도 한국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견을 함께한 해리스 대사와 빌 해거티 주일 대사, 테리 브랜스태드 주중 대사, 케네스 저스터 주인도 대사는 이구동성으로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대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추진하는 핵심 전략임을 강조하면서 중국과 우발적인 충돌이 생기지 않도록 긴밀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동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한국, 일본, 인도 등 3개국 기자만 참가했고, 중국 기자는 초청을 받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