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일상화된 베네수엘라 '전력배급' 시행…한주에 18시간 단전

카라카스와 3개 주 제외…20개 주, 주 6일 하루 3시간씩 단전
최근 대규모 정전을 잇달아 겪은 베네수엘라가 전력 배급제 시행에 나섰다.5일(현지시간) EFE 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전력부와 국영 전력 기업 코르포엘렉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와 3개 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한주에 최소 18시간 단전하는 전력 배급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력부와 코르포엘렉은 전국 23개 주 가운데 전력 배급제 예외 대상인 3개 주를 뺀 20개 주를 5개 구역으로 나눠 한주에 6일 동안 하루에 3시간씩 순차적으로 전기공급을 중단한다.

구역마다 한주에 하루는 24시간 내내 전기가 공급된다.전력 배급제 예외 지역은 국제공항이 있는 카라카스 인근의 바르가스 주, 남부 아마소나스 주, 북동부 국경이 있는 델타 아마쿠로 주 등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잇단 대정전 사태 해결을 위해 30일간 전력 배급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그간 구체적인 시행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달 7일 베네수엘라의 발전소 배전 설비 등이 고장 나면서 전국 23개 주 중 수도 카라카스를 포함한 19개 주에 전기공급이 끊겼다가 1주일 만에 복구된 '사상 최악의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이후 약 2주 만인 지난달 25일부터 다시 정전이 간헐적으로 이어져 국민의 분노와 좌절감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마두로 정권은 계속되는 정전 원인을 주요 전기 공급원인 구리 수력발전 댐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미국과 야권이 합작한 해킹 공격과 사보타주(고의적 파괴행위)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야권과 많은 전문가는 전력 생산시설이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당시 국영화된 뒤 정권의 무능과 부패 속에 10년 넘게 투자와 유지보수가 미흡했던 점 등을 원인으로 짚고 있다.베네수엘라에서는 석 달 넘게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작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 지난 1월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작년 대선이 주요 야당 후보가 가택 연금 등으로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등 불법적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하면서 마두로를 인정하지 않고 임시 대통령을 자처, 미국 등 서방 50여개 국가의 지지를 등에 업고 정권 퇴진과 재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미국의 내정간섭에 반대하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지지를 받는 마두로 대통령은 군부의 확고한 지지를 토대로 "미국이 꼭두각시 과이도를 앞세워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권좌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