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비대면 거래 비중이 늘면서 국내 6개 시중은행 직원 수가 최근 3년간 6천명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기존 직원의 연봉은 생산성 제고 등에 힘입어 가계 근로소득 증가 폭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 혁신이 속도를 내면서 은행권의 '생산성 향상'과 '고용 위축'의 대비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 금융 혁신의 딜레마…고용은 '뚝뚝' 연봉은 '쑥쑥' 7일 각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민·신한·우리·하나·SC·한국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 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8천667명으로 3년 전(7만4천620명)에 비해 5천953명(8.0%) 줄었다.기간제를 제외한 정규·무기계약직 등만 따로 보면 감소세는 더 확연하다.
기간제가 아닌 직원은 같은 기간 7만1천791명에서 6만4천772명으로 7천명 넘게(7천19명) 줄었다.
최근 희망퇴직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은행별로 직원 감소 폭을 보면 국민은행이 2천76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2천54명), 신한은행(654명), 우리은행(461명)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6개 은행의 기간제 직원은 2천829명에서 3천895명으로 같은 기간 1천66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직원 수는 줄고 있지만, 평균 급여 수준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6개 은행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2015년 8천200만원에서 지난해 9천300만원으로 1천100만원(13.6%)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같은 기간 가계(전국·2인 이상·4분기 기준) 근로소득 증가 폭(7.6%)의 두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우리은행이 1천400만원씩 늘어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하나은행(900만원), 국민은행(800만원) 등도 1천만원에 육박했다.
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 상승세에는 희망퇴직에 따른 퇴직급여 증가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기간제 비중 확대 등 인건비 감소 요인과 인력 축소 추세 등을 고려하면 모바일로 대변되는 금융 혁신과 그에 따른 실적 호조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직원 수가 줄어드는데 경쟁에서 살아남는 직원의 연봉이 올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4차 산업혁명이 은행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영업점 줄면서 노인층 금융 소외 우려…'일자리 창출'도 과제 기술 발달로 인건비가 줄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대면 거래 감소에 따른 노인층 '금융 소외', 일자리 문제 등은 업계의 당면 과제가 됐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개 시중은행과 농협·수협·기업·산업은행 지점(출장소 포함) 수는 2012년 6천616개에서 지난해 5천820개로 줄었다.
6년 만에 800개 가까이 사라진 셈인데, 그만큼 대면 거래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입·출금 거래에서 대면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8.4%에 불과했다.
반면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이용은 52.6%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영업점 감소는 통상 인력 감축과 맞물려 진행된다.
은행이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에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한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요인이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들이 사회적으로는 노인 등 금융소외 계층 양산, 청년 실업 등의 구조적 문제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사업의 틀을 넘어선 상품이나 자본시장 서비스를 개발해 고용 창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 거래에 익숙지 않은 정보 소외계층을 상대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정보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는 비대면 거래 환경을 만드는데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점 대면 서비스를 급격하게 줄이는 것보다는 지역 배분이 중요할 것"이라며 "은행권이 금융 소외를 줄이기 위한 사회 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