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조여오자…SK케미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선별지원'

'가습기 메이트' 단독 피해자 10명 대상…'비난 희석 의도' 지적도
SK, 유해 가습기살균제 제조책임은 인정 안해…"법적 책임과 별개 지원"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SK 측이 일부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보조를 시작했다.SK케미칼이 제조한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지만 SK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 발생 이후 지금까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피해를 보상한 적이 없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며 더는 책임 추궁을 피하기 어려워지자 뒤늦게 '선별지원'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현재 정부가 인정한 가습기 메이트 단독사용 피해자(1∼2단계) 10명을 대상으로 한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일부 피해자와는 치료비 지원과 관련한 협의를 마쳤다.

여기에는 대표적인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로 알려진 쌍둥이 자매 나원이·다원이의 해외치료 지원이 포함됐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이듬해인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동물실험 결과 SK·애경이 관여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CMIT·MIT로 인한 폐 손상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옥시 제품에 포함된 PHMG의 유해성은 인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들은 '차라리 옥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면 피해 보상이라도 받았을 것'이라는 한탄을 할 정도로 그간 의료비 등 문제를 놓고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러나 나원·다원 자매가 2015년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가장 높은 등급인 1등급(관련성 확실) 판정을 받으면서 CMIT·MIT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정부도 속속 CMIT·MIT 피해자들을 인정했고, 결국 지난해 말 8년간 법적 책임을 피해온 애경·SK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SK는 피해자 의료비 보조와 법적 책임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회사 측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시인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서 회사가 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청취하고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문제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로 SK케미칼이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사 결과가 발표되면 국민적 비난이 집중될 테니, 그 전에 희석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쌍둥이 자매의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SK 측이 특정 피해자와만 협의에 나선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천식 등은 의료비 보조 범위에서 빼고 폐 질환에 한정한 것도 문제라고 비판한다.

정부에 등록된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는 총 1천362명이다.

단독 사용자 245명 중 정부지원금 지급 대상인 1∼2단계 피해자는 10명이다.

옥시 등 다른 가습기 살균제와 가습기 메이트를 함께 쓴 복수 사용자 1천117명 중 1∼2단계 피해자는 120명이다.

SK는 1천362명 중 단독 사용자 10명만을 의료비 지원 대상자로 선별했다.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 대부분은 정부의 피해조사에서 3단계(가능성 낮음) 또는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분류돼 치료비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태다.

4단계 피해자 이모 씨는 "SK가 피해자 일부만 지원하고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또 다른 피해자는 "SK는 피해자와 그나마 개별 접촉을 하고 있지만, 애경산업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최근에는 협의조차 뚝 끊겼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