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이제 눈물 닦고 씨 뿌려야지"…잿더미 위로 싹 틔우는 희망

밤에는 대피소·낮에는 논밭으로…"한 해 농사 포기 못 하지"
"어제까지는 울었어도 오늘은 눈물 닦고 씨 뿌리러 나가야지…"
강원 동해안을 휩쓴 산불에 피해를 본 농민들이 대피소 생활을 이어가면서도 한 해 농사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지난 4일 발생한 산불로 집을 잃은 농민들이 밤에는 학교 강당 등에 마련된 대피소 또는 친척 집 등에서 잠을 잔 뒤 다음 날 낮에는 경작지에 나가 농사일을 하는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농민들은 볍씨 파종 철을 맞아 상자에 씨를 뿌리고 싹을 틔우는 작업에 한창이다.

산불피해로 씨앗을 덮은 비닐이 녹아 발아가 어렵게 된 농민은 볍씨를 재구매해 농사를 시작하는 등 대풍의 꿈을 잃지 않고 있다.고성군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7일 "산불로 주택이 소실돼 대피소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이 고단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농사일을 계속하고 있다"며 "지금이 한창 파종철이라서 농민들이 산불 이후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거센 불길을 피하지 못한 동해시 망상동 농민들도 서로 힘을 합쳐 밭을 갈고 있다.

산불피해를 본 9농가 농민 23명은 물론 산불을 피해간 이웃들까지 서로 손을 모아 옥수수 심을 땅을 갈아엎는 모습이다.한 농민은 "산불 첫날 대피소가 마련된 망상초등학교에서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며 "하지만 농사 걱정에 아침밥을 먹자마자 밭으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한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화재로 7일 오전까지 임야 530여ha와 비닐하우스 9동, 축산·농업시설 959개소, 농기계 241대 등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