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죽, 죽 팔아 매출 2000억 넘긴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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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구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연간 매출이 2000억원을 돌파했다. 최저임금 인상, 가정간편식(HMR) 공세, 각종 식재료 가격 상승 등 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친 악재 속에 거둔 성과다. 2002년 9월 대학로에서 5000만원짜리 가게로 시작한 죽집은 “아픈 사람이 먹는 죽이 돈이 되겠냐”는 고정관념을 깨고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장사 잘 될 때 신사업 구상
R&D에 과감한 투자
본사가 직접 대량 주문 영업
공장 신설과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 HMR 시장 진출 등 연관사업 다각화 등이 성장요인이다. 본죽은 이달부터 배우 공유를 브랜드 모델로 선정해 5년 만에 TV와 유튜브 광고를 시작했다.위기 때 투자…R&D로 탈출구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는 2002년 서울 대학로에 본죽을 열었다. 그전에는 인삼제조판매 회사 우신과 목욕용품 전문업체 우신HM, 우신홈쇼핑 등을 운영했다. 1997년 외환 위기 때 부도나 호떡 장사도 하고, 요리 학원도 다녔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해보자’는 생각 끝에 ‘카페 같은 죽집’ 프랜차이즈에 다다랐다. 웰빙 트렌드가 막 생겨날 때였다. 2년간 네 번이나 망한 자리를 싸게 얻어 가게를 냈다. 광고 한 번 안 하고도 가맹점은 2005년 500개, 2009년 1000여 개, 2012년 1400여 개로 늘었다.
김 대표는 호황일 때 신사업을 준비했다. 본죽을 따라 한 유사 브랜드가 생길 때마다 가격 경쟁 대신 투자로 돌파구를 찾았다. 2006년 본비빔밥, 2008년 본죽&본비빔밥카페를 선보였다. 이후 본도시락과 본설렁탕을 내놓으며 다각화에 나섰다. 죽과 비빔밥을 결합한 본죽&본비빔밥카페는 가맹점 평균 매출이 기존 본죽 매장보다 50~60% 이상 많다.지난해 5월에는 맞춤형 유동식 생산 전문기업 ‘순수본’을 설립했다. 전북 익산의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 안에 3만3000㎡ 규모의 유동식 전문 생산제조판매 시설인 ‘본라이프푸드랩’도 만들었다. 프리미엄 이유식 브랜드 ‘베이비본’을 내놓고 200여 종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실버푸드 브랜드 ‘실버본’, 환자식 브랜드 ‘닥터본’ 등으로 브랜드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파트 입주·올림픽 등 ‘틈새시장’ 영업
치킨프랜차이즈를 제외하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중 대규모 공장 설비와 물류 시스템을 갖춘 곳은 보기 드물다. 본아이에프의 R&D 투자는 가맹점 수익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종합 식품제조시설인 ‘본라이프푸드랩’이 완공되며 신제품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본죽은 5종, 본죽&비빔밥카페는 10종, 본도시락 12종과 HMR 20여 종의 신제품이 나왔다. 본죽의 ‘홍게올린죽’과 ‘트러플 전복죽’, 본도시락의 ‘여수 꼬막 불고기 도시락’ 등이다. 10년 넘게 본죽 시흥사거리점을 운영하는 고수연 대표는 “17개월된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다 개업했는데 최근 메뉴가 다양해져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본아이에프의 성장 뒤에는 ‘특별영업팀’도 있다. 2015년 본사 내 조직으로 세워진 이 팀은 가맹점 1개가 소화할 수 없는 대량 단체주문을 받아 지역 가맹점에 실시간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입주철을 앞둔 아파트, 선거구 개표실, 올림픽 기간의 주요 시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을 찾아다니며 500개 이상의 죽이나 도시락 주문을 받는다. 이 팀 매출은 2015년 약 8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70억원대로 커졌다.
지속적인 R&D 투자는 외식 프랜차이즈의 한계를 뛰어넘는 무기가 됐다. 2012년 편의점과 대형마트 판매를 시작한 ‘아침엔본죽’은 동원양반죽, 오뚜기죽 등과 경쟁하는 효자 상품이 됐다. 본죽은 티웨이항공에 기내식으로도 납품된다. 기내 환경과 고도를 고려해 최적의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특별 공정 연구가 가져온 결과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