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시장금리 하락'에 베팅한 기관, 회사채 청약 경쟁률 사상 최고

"채권값 더 오를 것" 전망에
사전청약 평균 4.27대 1
▶마켓인사이트 4월 7일 오후 4시5분

회사채 청약 경쟁률이 지난 1분기 사상 처음으로 4 대 1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시장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채권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기관투자가들이 경쟁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어서다.
7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회사채 수요예측(사전청약) 경쟁률은 4.27 대 1을 나타냈다. 60개 기업이 9조8600억원어치 회사채를 모집한 결과 42조1400억원어치 기관 수요가 몰렸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분기별 최고 경쟁률이다. 기관의 왕성한 식욕 덕분에 회사채 발행금액(수요예측을 거친 발행 기준)도 15조1570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이 올초 발행한 채권은 500억원 모집에 8180억원어치 수요가 몰려 16.4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후 사상 최고 경쟁률이다. 한독과 SK매직도 지난달 7 대 1을 웃도는 수요를 모으며 흥행 열기를 이어갔다. 한 자산운용사 회사채 운용역은 “금리 하락으로 회사채 보유에 따른 수익이 커졌다”며 “기관들이 올 들어 더욱 공격적으로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시장금리의 가파른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채권 가격은 반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 회사채 값이 1년 새 10% 안팎 급등하는 등 채권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채권평가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0일 발행한 SK텔레콤 회사채 20년물(73-4호)은 액면가격 1만원짜리가 현재 1만1520원까지 올랐다. 액면금액 대비 연 3.02%의 이자(이표금리)까지 더하면 1년여 만에 1822원(18.2%)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2월 27일 발행한 SK 10년물(283-3호) 채권도 평가 차익만 9%를 웃돈다.

앞으로 기관투자가들의 회사채 매입 열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상승률 하락 등 곳곳에서 경기침체 신호가 뚜렷해질수록 회사채 수익률이 좋아질 수 있어서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가 하락하고 ‘크레디트 이벤트(신용사건)’도 발생하지 않고 있어 회사채 시장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회사채 수요는 앞으로도 견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