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 촘촘한 광화문서도 5G 잘 안터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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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이동통신 서비스 서울 한복판서 체험해보니…‘불편하다. 그러나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긴 빠르다.’ 한국이 지난 3일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6일 5G 스마트폰을 이용해 보고 기자가 내린 평가다. 우선 5G 통신망이 잡히는 곳이 적었다. 잡혀도 불안정했다. 스마트폰 상단에 5G 통신망 표시가 떠도 속도가 제대로 나지 않았다. 스마트폰이 5G 신호를 잡느라 4세대 통신(LTE)마저 먹통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5G 통신망이 잘 잡히는 곳에선 10배 빠른 속도가 났다. 속도는 지역과 시간대, 사용환경 등에 따라 편차가 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초기이기 때문에 통신망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불편하다, 그러나 빠르다
평균 속도 10배 이상 빨라이틀간 써본 스마트폰은 세계 첫 5G 스마트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10 5G였다. 통신사에서 5G폰 성능을 제대로 알아보려면 서울 광화문, 강남역 등에 가봐야 한다기에 광화문으로 향했다. 광화문 광장은 정부청사와 사무실, 상업시설이 밀집한 서울의 중심지로 통신사들이 5G 기지국을 집중 설치한 곳이다.
6일 미세먼지가 심했지만 광화문 광장엔 시위대와 주말 나들이를 나온 인파로 북적였다. 5G 통신망이 기대한 만큼 잘 잡히지 않았다. 광장 옆에 있는 KT스퀘어에 들어가니 드디어 5G 신호가 잡혔다.
5G폰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측정해봤다. 속도 측정 앱(응용프로그램)인 ‘벤치비’를 이용해 총 네 차례 측정했다. 데이터를 내려받는 다운로드 속도는 5G폰이 초당 700~800메가비트(Mbps), 기자가 가입해 쓰고 있는 LTE폰이 50~60Mbps였다. 평균 11~13배 빨랐다. 통신사들은 “최적의 환경에서 5G가 LTE보다 최대 20배 빠르다”고 홍보해왔다. 이날 20배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빠르긴 빨랐다.2시간 남짓 길이의 초고화질(UHD) 영화를 내려받아 봤다. 5G폰이 20초, LTE폰은 2분27초 걸렸다. 5G폰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네이버 초기화면을 띄워봤다. 5G폰은 1초 미만, LTE폰이 4초가량 소요됐다. 삼성 가상현실(VR) 앱을 이용해 VR 동영상을 틀어놓고 비교해보기도 했다. VR 영상 구현, 속도 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당분간 반쪽짜리 서비스 불가피
KT스퀘어를 나와 광화문 광장 도로변에 서니 5G 통신망 표시가 LTE 통신망 표시로 바뀌었다. 주말 인파가 몰려서인지 LTE 속도도 느린 편이었다. 통신망은 도로와 같이 이용자가 많아지면 정체현상이 빚어져 속도가 느려진다. 광화문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여전히 LTE 통신망만 잡혔다. 통신사 관계자는 “아직 실내와 지하철 등에선 기지국 설치가 안 돼 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차를 몰고 광화문에서 마포를 거쳐 강변북로 쪽으로 향했다. 가끔 5G 통신망이 잡혔지만 속도는 느렸다. 모바일 네트워크 설정에 들어가 ‘5G 우선모드’를 ‘LTE 우선모드’로 바꾸니 오히려 더 원활하게 작동했다.
통신 3사가 현재 국내에 설치한 5G 기지국 수는 8만여 곳에 그친다. LTE 기지국 87만여 곳의 10분의 1 수준이다. 5G 기지국은 서울과 6대 광역시 등 대도시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가장 많이 깔려 있는 서울지역도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강남역 같은 주요 번화가와 대학가, KTX 역사에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LTE 전국망을 제대로 구축하는 데 5년가량 걸렸다”며 “5G 기지국 설치는 이보다 짧은 3년 내, 2021년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기자뿐만 아니라 5G폰 가입자 대다수도 서비스와 속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가 모인 네이버 카페 등에는 “서울 시내에서도 이용할 수가 없다” “정신 건강을 위해 LTE로만 이용하고 있다” “화병이 날 지경이다” 등 불만 글이 게시됐다. “먹통이 되면 5G 우선모드를 LTE 우선모드로 바꾸고, 그래도 안 되면 휴대폰을 껐다 켜라” 등의 조언도 올라왔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