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추세" vs "운수질서 파괴"…법원도 엇갈리는 카풀 판결

카풀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이 재판부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라는 시각과 운수사업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소라는 시각이 사법부 안에 공존하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는 출퇴근 동선을 벗어나 카풀 영업을 한 운전자에게 운행 정지 가중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운전자 A씨는 2017년 4월 카풀 앱(응용프로그램)에 가입해 98차례 사람을 태워주고 16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관할구청은 A씨가 위법하게 자가용 유상운송을 했다며 그해 11월 90일 운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여객자동차법(81조)은 ‘출퇴근 때 함께 타는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가용으로 돈을 받고 승객을 태울 수 없다. A씨는 효력을 일단 중단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해 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으나 결국 본안소송(1심)에서 패했다. 구청은 그 때부터 다시 90일 운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5부는 운행정지 처분을 내릴 수는 있지만 90일 동안 자동차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구청이 재량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취소돼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유경제의 확산은 세계 각국 경제의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이를 통한 자원 절약, 배기가스 감소,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사업 도입 과정에서는 행정당국에 의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운영 기준 설정, 기존 사업자와의 적극적인 이해관계의 조정이 요구된다”며 “(A씨의 경우는) 이런 조치가 지연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내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반면 비슷한 사례를 두고 지난 2월 서울고법 행정4부는 운행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운전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가용을 사용한 유상운송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택시업계의 영업 범위를 침범하고, 교통사고와 범죄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제재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