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특급 신인 조아연 "아이언 잘 치라고 이름이 아연"

"아이언을 잘 치라고 아빠가 제 이름을 아연이라고 지으셨대요.

하하"
7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국내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신인 조아연(20)은 송곳 아이언샷이 주특기다.260야드는 거뜬하게 때려내는 장타력도 돋보이지만, 아이언샷 정확도가 남다르다.

정확한 아이언샷 덕분에 조아연은 주니어 시절부터 난도 높은 큰 대회에 강했다.

조아연의 이름 석자를 세상에 알린 지난해 월드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개인전 우승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아일랜드 링크스 코스에서 일궜다.이 대회 우승으로 KL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딴 조아연은 역시 바람이 차고 강하기로 악명 높은 KLPGA투어 시드전을 1등으로 통과했다.

아마추어 시절 출전한 프로 대회에서 한번도 컷 탈락이 없었던 것도 조아연의 정교한 아이언 샷 덕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도 조아연은 73.6%라는 높은 그린 적중률을 남겼다.특히 역전 우승을 이룬 최종 라운드에서는 무려 77.78%의 그린 적중률로 컴퓨터 아이언샷을 과시했다.

아이언샷만큼 말재주가 뛰어난 조아연은 "이름을 퍼터로 지어주시지 그랬냐고 아빠한테 투정을 부릴 때가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퍼트 실력은 눈에 차지 않을 때가 많아서다.하지만 조아연은 모자라는 게 있으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조아연은 1라운드가 끝나고 저녁 7시까지 퍼트 연습을 했다.

아이언샷은 좋았는데 퍼트가 따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점심 때 경기를 끝낸 2라운드를 마친 뒤에도 저녁 5시까지 그린을 떠나지 않았고 3라운드 뒤에도 저녁 6시30분까지 퍼트 연습에 매달렸다.

잘 친다는 아이언샷도 3라운드 때 그린 적중률이 66.7%로 뚝 떨어지자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조아연은 최종 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몰아친 원동력을 "아이언샷과 후반에 살아난 퍼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믿었던 아이언 샷이 잘 안됐다.

그런데 또 연습하니까 잘 맞더라. 안 맞은 날엔 연습을 하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조아연의 이날 우승은 김민선(24)의 어이없는 퍼트 실수 덕도 봤다.

김민선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m가 채 되지 않은 버디 퍼트를 넣지 못했다.

워낙 짧은 퍼트라서 연장전을 갈 것이라고 생각해 연장전 준비를 하러 가려던 조아연은 김민선이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함성이 들려서 들어간 줄 알았는데 (김민선이) 반대 쪽에서 다시 (파)퍼트를 준비하시길래 내가 우승인가 싶었다"는 조아연은 "나도 그런 짧은 퍼트를 놓친 적이 많다.

작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그런 실수 많이 해서 짧은 퍼트에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작년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은 조아연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다.

그는 "당연히 뽑힐 줄 알았던 선발전에서 떨어져 충격이 컸다"는 조아연은 "그 충격을 이겨내고 월드아마추어 팀 챔피언십 우승과 시드전 1위를 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 전화위복"이라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조아연의 또 다른 무기는 체력이다.

두달 넘게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치른 조아연은 "아빠가 어렸을 때부터 달리기를 많이 시켜서 에너지가 넘친다.

보통 6-7㎞를 35-40분 정도에 뛰고, 빠르게 뛸 때는 3-4㎞를 전력 질주한다"고 강철 체력을 자랑했다.

경기 내내 밝은 표정이었던 조아연은 "사실은 많이 떨렸다.

지금도 떨린다.

떠는 게 보이니까 캐디가 마음 편하게 치라고 다독여줬다"고 고백하면서 "캐디의 조언이 큰 힘이 됐고 떨릴 때는 그린 파악 등 경기에 좀 더 집중하는 방식으로 푼다"고 밝혔다.

"핑크가 좋아 핑크 볼을 쓴다"며 통통 튀는 매력을 한껏 과시하던 조아연은 "예전 인터뷰에서 롤모델은 없다고 답한 적 있는데 바로 잡고 싶다.

배울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배울 프로님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아직 못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쇼트게임 실력이나 거친 샷이 종종 나오는 등 부족한 게 많다"는 조아연은 "첫 우승은 했지만 욕심내지 않고 매 대회 컷 통과를 목표로 뛰겠다"고 겸손한 목표를 밝혔다.그러나 조아연은 "첫번째 목표가 신인상이고 두번째 목표는 시즌 2승인데 목표에 한 걸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여 신인왕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