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버스에 광역교통 서비스 추가 '신의 한수'…다두이버스 돌풍

노경목 특파원의 선전 리포트

버스 공유 플랫폼 다두이버스
선전 대로변엔 여행 가방을 들고 줄을 서 있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1시간 거리의 둥관부터 4시간 거리의 주하이까지 선전 주변 도시로 여행하는 사람들이다. 미리 버스를 예약하고 자신의 위치와 가까운 거점에서 기다리면 광역 버스를 탈 수 있다. 시내 곳곳에 거점이 있기 때문에 버스 터미널까지 이동할 이유가 없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끈 곳은 버스 공유 플랫폼 다두이버스다. 201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다두이버스는 시외버스는 물론 고속철도 등 여러 광역 교통수단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버스 공유서비스 ‘다두이버스’를 이용한 승객들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경쟁력이 뭐길래

다두이버스는 일반적인 버스 공유 서비스처럼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해 예약한다. 탑승자는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탑승지를 선택해 버스를 잡을 수 있다. 광저우행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장소는 16군데, 둥관행 버스에 탑승할 수 있는 곳은 25곳에 이른다. 광저우나 둥관에 도착해서는 목적지에서 가장 가까운 장소를 선택해 내릴 수 있다. 전철 등 시내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둥관에서는 26개 하차 장소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서울에 비슷한 서비스가 생긴다면 서울역이나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동부이촌동 등의 승차 장소 중 한 군데서 탑승한 승객이 대전에 도착해 대전역이나 대전시청 중 목적지에 가까운 곳을 선택해 내릴 수 있다는 얘기다.출발지와 목적지에 가까운 곳을 선택해 타고 내리는 만큼 이동 시간도 짧다. 기자의 숙소를 기준으로 하면 탑승 장소로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해 광저우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20분 정도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선전에서 광저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20분밖에 되지 않지만, 기차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1시간30분 이상으로 전체 소요시간은 더 길다. 광저우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다두이버스의 경쟁력은 더 높다.

그럼에도 광저우를 기준으로 다두이버스 이용료는 35위안. 80위안 안팎인 고속철도 이용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두이버스는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은 낮 시간에 반값인 18위안만 받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편의성과 가격 경쟁력에 순발력까지 갖춘 다두이버스가 기존 교통수단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궁하니 통했다”선전 인근을 운행한다고 하지만 선전에서 주하이나 장먼까지 걸리는 시간은 4~5시간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에 적용하면 전국 교통망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 같은 다두이버스는 사실 공유버스 서비스의 여러 모델이 실패하며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유버스 서비스는 2015년 절정을 맞았다. 공유자동차의 최강자 디디추싱이 기존 전세버스 업체를 인수해 출퇴근 공유버스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업계 1위던 다다버스는 베이징에만 수십 개 출퇴근 노선을 운행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공유버스 서비스는 곧 수익성 한계에 부딪혔다. 출근시간에는 만석인 버스가 퇴근시간에는 절반도 차지 않으면서 하루 버스 임대료인 500위안도 좀처럼 벌어들이지 못했다.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이용 요금을 회당 1~2위안만 올려도 고객이 대거 이탈해 수입이 더 줄었다.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사용하지 않는 버스로 여행객 유치 등에 나섰지만 수요가 충분치 않았다. 도시 내 지하철망이 확충될수록 공유버스 서비스의 입지가 줄어드는 구조적인 한계도 있었다. 결국 디디추싱은 1년 반 만에 관련 서비스를 접었다.다두이버스는 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던 공유버스 업체와 광역 교통망 확충을 추진하던 광둥성 정부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374대의 전세버스를 보유하고 있던 스웨이메이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서비스를 광둥성에 제안하면서 다두이버스가 탄생했다. 다두이버스는 선전 시내 1000여 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출퇴근 시간에는 해당 기업 직원들을 위한 통근버스를 제공한다. 출근 수요가 사라진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버스를 광역교통 서비스에 투입한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보유 버스를 활용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꼈지만 지난해부터는 선전 시내 다른 버스 임대 업체와 협약을 맺고 외부 버스까지 서비스에 투입하고 있다.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