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균의 차이나 톡] 아파트 가격보다 높은 中 묘지 값…묘지 팔아 떼돈 버는 기업도

치솟는 묘지 가격에 친환경 장례 문화 확산
중국에서 지난 5일은 조상의 묘를 찾아 제사를 지내는 ‘청명절’이었는데요. 청명절은 춘제(春節·설), 단오절, 중추절(추석)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절로 꼽힙니다. 매년 이맘 때가 되면 중국에선 급등하는 묘지 가격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올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상하이, 선전 등 중국 대도시의 묘지 가격은 1㎡당 9만~10만위안(약 1700만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베이징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당 6만7800위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 배 가까이 비싼 수준입니다. 묘지 가격은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입니다. 하늘을 찌르는 묘지 가격에 ‘폭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지요.8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상장된 장례회사 푸서우위안의 작년 평균 묘지 판매 가격은 약 11만위안으로 전년보다 7.5% 상승했다. 지난해 중국 50개 도시 주택 가격 상승률(2.6%)의 세 배에 이르는 수준입니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푸청그룹의 평균 판매 가격은 약 9만5000위안입니다.

청명절을 앞두고 푸청그룹 주가는 10%가까이 뛰며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기도 했습니다. 육류가공업체로 시작한 푸청그룹은 1990년대만 해도 중국서 ‘우왕(牛王)’으로 유명했습니다. 하지만 육가공 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들자 적자가 쌓였는데요. 이 회사는 2015년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장례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습니다. 이후 묘지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기고 있지요. 지난해 말 기준 푸청그룹은 모두 2748개 묏자리를 팔았습니다.

중국에서 묘지 가격이 치솟는 건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에는 43개 공동묘지가 있는데 18곳은 포화상태입니다. 베이징시 당국은 묘지 사용 면적을 줄이기 위해 지난 10년간 묘지용 토지 허가를 내준 적이 없습니다. 이에 따라 공동묘지의 공급이 1∼2년 안에 끊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도시의 비싼 묘지 값을 피해 인근 지방 중소도시로 묘를 옮기는 상황까지 벌어지며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외지인의 묘지 구매를 금지하는 묘지 구매 제한령을 내리기도 했는데요. 경제력이 없으면 장례 비용 걱정에 죽지도 못할 판이라는 하소연도 나옵니다.중국 정부는 묘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장례 문화를 적극 권장하고 있습니다. 구이저우성 구이양시는 화장, 수목장 등을 하는 가족에게 보조금 2000위안(약 33만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친환경 장례로 눈을 돌리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베이징 근교 톈서우 공동묘지에는 최근 망자 7명이 친환경 장례 방식으로 묻히기도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고인들을 화장해 유해를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항아리에 담은 뒤 공동묘지의 소규모 장소에 매장하고 꽃을 뿌리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합니다. 이처럼 친환경 장례를 하려면 전통적 무덤의 4분 1정도의 묏자리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장례 산업은 앞으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중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1%인 1억5831만 명에 이릅니다. 유엔은 한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면 고령화 사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장례 산업 규모는 1320억위안(약 22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업계에선 중국의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내년이면 장례 산업 규모가 5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