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나 건강보험 혜택 확대에도 웃지 못하는 한의사들

한의원·한방병원에서 추나치료(한의사가 삐뚤어진 뼈와 관절 등을 밀고 당겨주는 치료법)를 받으면 8일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한의사 대부분은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일부 한의사는 "제약 사항이 지나치게 많아졌다"며 아쉬워했다. 전체 진료비 중 환자가 내는 비율이 80%로 높은데다 횟수마저 제한돼 치료를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의계에 따르면 추나 건강보험 부담금이 50~80%로 정해지면서 일부 한의원들은 이전보다 치료비가 높아졌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 한의사는 "추나치료 시범사업 때는 디스크, 협착증 치료를 위한 복잡추나도 환자 부담금 비율이 30%였다"며 "하지만 본 사업에서 본인부담금 비율이 80%로 늘면서 환자들에게 1만원 넘게 더 내야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보건복지부는 추나치료를 건강보험 항목에 포함하기 위해 2017년 국내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시범사업에는 480여개의 한의원과 한방병원이 참여했다. 시범사업 기간 한방병원을 찾는 환자는 전체 진료비 중 40%, 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30%를 부담했다.

다양한 복합 관절 질환이 있는 환자가 한의원에서 복잡추나 치료를 받았다면 전체 비용 4만920원 중 30%인 1만2200원만 내면 됐다. 한방병원에서 복잡한 추나 치료를 받아도 환자가 내는 돈은 2만5600원을 넘지 않았다.

시범사업 기간에는 한의원에서 단순 추나 치료를 받은 환자는 1만6154원 중 4800원을 내면 돼 5000원 넘지 않는 비용으로 추나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하지만 건강보험 본사업이 시작되면서 환자 부담금 비율은 50~80%로 높아졌다. 시범사업 기간 한의원에서 복잡추나 치료를 받은 뒤 1만2200원을 냈던 환자는 8일부터 3만6145원의 80%인 2만8900원을 내야 한다. 환자가 내는 돈이 1만6700원 정도 올라갔다. 한의원에서 단순추나 치료를 받은 뒤 내는 비용도 1만700원으로 두배 넘게 높아졌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횟수도 제한된다. 환자는 연간 20번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해져 환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받으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 같은 진료 횟수 기준을 자동차보험 혜택을 받는 교통사고 환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한의사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한 한의사는 "추나 건강보험 적용으로 숙련되지 않은 한의사들이 추나치료를 많이 하면 다른 부작용이 생길 위험도 크다"며 "전문적으로 추나 치료를 하는 한의사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많은 제도"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