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사장단 중심 비상경영체제로…조원태 '3세 경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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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사장, 경영 전면 나설듯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타계하면서 그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4)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 회장도 부친이자 그룹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한 다음해인 2003년 그룹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취약한 지배구조와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을 감안하면 조 사장의 경영 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1일 ‘2019년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하면서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현 조양호)을 변경할 방침이다.
석태수 사장·우기홍 부사장 등
당분간 전문경영인들이 뒷받침
비상경영체제 가동한진그룹은 이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주요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조 사장은 당분간 석태수 한진칼 사장과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서용원 한진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조언을 받아 그룹 경영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크다.
조 사장은 조 회장을 제외한 한진그룹 오너 일원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 사장도 겸임 중이다.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등을 소유한 정석기업의 사내이사도 맡아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조 사장은 인하대 경영학과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3년 한진정보통신 차장으로 입사했다. 2009년 대한항공의 핵심 부서인 여객사업본부장을 맡았다. 화물사업본부장과 총괄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2017년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조 사장은 취임 이후 자신을 사장이 아닌, ‘대표 사원’으로 부르며 임직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2017년 3월엔 조종사 노조가 예고했던 파업을 철회하기도 했다.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신병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하자 올해 시무식과 3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주관하며 경영 보폭을 넓혀왔다. 조 사장은 한진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의식한 듯 창립 50주년 기념사를 통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도록 날개가 되어 대한항공의 새로운 100년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한진칼 경영권 확보가 핵심
조 사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조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17.84%)을 상속받아야 한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 사장(지분 2.34%)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2.30%) 등의 한진칼 지분율은 높지 않다. 재계에선 조 회장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탓에 경영권을 승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조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사내이사 선임은 ‘주주총회 참석주주 2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난달 27일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조 회장을 대표이사 자리에서 낙마시킨 국민연금(지분율 6.70%)은 아들인 조 사장의 한진칼 이사 재선임에도 반대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 KCGI(13.47%)가 힘을 합치면 조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통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도 2021년 3월 만료된다.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이다. 안정적인 지분 확보 없이는 경영권 확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조 사장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도 있다. 대한항공은 중·단거리는 저비용항공사(LCC), 장거리는 외국항공사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는 중이다. 올 들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어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