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차이잉원·라이칭더 내분…서로 "대선 양보해라"

前행정원장 라이칭더 '경선 완주' 선언…24일 민진당 후보 확정
여유 있는 국민당 주자 한궈위…美방문으로 사실상 대권행보 이어가
대만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이 내년 1월 치러질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조정 합의'에 실패하면서 이달 당내 경선에서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실력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반면 유력 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국민당(국민당) 소속의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은 최근 중국 방문에 이어 미국 방문에 나서는 등 여유 있게 대권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9일 대만 중앙통신사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은 전날 오후 줘룽타이(卓榮泰) 민진당 주석의 중재로 회동을 했다.

이날 회동에서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은 모두 차기 대선 후보로 나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차이 총통은 "민진당은 집권당으로서 국가와 인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총통은 집정과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총통 대변인이 전했다.

이는 현 총통인 자신에게 연임 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라이 전 원장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차이 총통은 "하고자 하던 일들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기를 희망한다"면서 강력한 연임 의사를 지속해 피력해왔다.

반면 차이 전 총통을 도와 대만 정부의 이인자인 행정원장으로 일했던 라이칭더는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국토, 국가, 인민에 대한 사명감과 경선 절차를 마치겠다는 결심에 변화가 없다"며 정식 대결을 예고했다.

민진당은 오는 12일까지를 '조정 기간'으로 둬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 간의 양보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다리기로 했지만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조정이 최종적으로 불발되면 민진당은 이달 13∼14일 후보 정견 발표회, 15∼17일 여론조사를 거쳐 24일 내년 1월 대선에 나설 후보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이뤄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아직 대선 참여를 공식화하지 않은 한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단독 대결을 가정한 여러 여론 조사에서는 한 시장이 차이 총통이나, 라이 전 행정원장에게 모두 이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이 사실상의 '러닝메이트'를 이뤄 일치단결해 대선에 임해야만 한 시장을 겨우 누를 수 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따라서 민진당 내부에서는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서는 차이 총통과 라이 전 원장 중 누군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부 여론 조사에서 선명한 대만 독립 기조를 드러내 온 라이 전 원장의 당내 지지도가 차이 총통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라이 전 원장이 스스로 대권 도전 의사를 접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방문을 통해 대권 주자로서의 면모를 부각한 한 시장은 이날 보스턴 등 미국을 방문길에 오른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하고, 로스앤젤레스시 부시장 등 미국 지방정부 관계자들도 만날 예정이다.

한 시장은 각종 대선 여론조사에서 국민당 인사 중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작 본인은 명시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 안팎에서 대선 후보 '차출', '추대' 여론이 강하다.대만의 차기 대선은 2020년 1월 11일 치러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