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무순위 청약제도' 잇따라 적용…수도권 '줍줍' 쏟아진다

사진=연합뉴스
이달부터 서울 등 투기·청약과열지역에서 신규 분양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무순위 청약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모델하우스에서 장시간 줄선 뒤 현장 추첨하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청약제도 개편으로 이달부터는 인터넷으로 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신규 분양을 앞둔 단지들이 특별공급 전 사전 무순위 예약 접수 일정을 공개했다. 경기 구리시에서 분양하는 ‘한양수자인 구리역’은 특별공급을 앞두고 8~9일 아파트투유(APT2you)사이트를 통해 사전예약접수를 받는다. 향후 청약이 끝나고 미계약 및 잔여 가구가 남게 되면 사전 청약접수 신청자를 대상으로 추첨이 진행되는 형식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도 특별공급을 앞두고 10~11일까지 무순위 청약을 접수할 계획이다. 이달 중 모델하우스를 개관할 예정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 등 추후 분양하는 단지들도 사전 접수를 받을 계획이다.무순위 청약은 2월1일 이후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들부터 적용되고 있다. 투기·청약과열지역은 의무사항이고 그 외 지역은 건설사 재량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유주택자여도 만 19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1순위 청약 신청 예정자도 중복 접수할 수 있다. 다만 투기·청약과열지역에선 해당 주택건설지역이나 해당 광역권(서울의 경우 수도권) 거주자여야 한다.

청약 부적격자와 미계약자 및 청약 미달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무순위 청약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안양에서 분양한 ‘평촌 래미안 푸르지오’는 659가구 중 35%에 달하는 234가구가 미계약으로 나왔다. 이 단지는 10일 잔여가구 무순위 청약을 인터넷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월 말부터 청약을 진행한 노원구 공릉동 ‘태릉 해링턴 플레이스’에서도 전체(일반분양 327가구)의 20%에 달하는 62가구의 미계약분이 발생했다. 시공사인 효성중공업은 지난 9일 모집공고를 내고 오는 15일 잔여가구를 무순위 청약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분양업계에서는 지난해 고강도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와 청약제도 개편 이후 중도금 대출 부담을 느낀 청약자들이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통장 사용을 망설이면서 미계약 물량이 늘고 있다고 예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청약제도 개편으로 분양 단지별 부적격 청약 당첨자가 10% 내외에 달해 무순위 청약접수 제도가 비중이 커졌다”며 “1순위 청약보다 자격요건이 엄격하지 않아 잠재 수요자들의 무순위 청약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공정성 시비도 줄였다. 제도 시행전인 지난해 말 서초구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미계약분 추가 접수를 사업지 분양 홈페이지에서 진행했고, 올해 서울의 다른 아파트 단지는 현장 추첨으로 진행했다.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를 도입할 예정인 ‘방배그랑자이’의 김범건 분양소장은 “잔여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밤샘 줄서기, 특혜 시비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고 공정한 청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