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온라인 유통망 타고 기지개 켜는 가죽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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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비싸고 저가 공산품은 싫고저가 중국산과 명품의 양극화 소비에 밀려났던 국내 수제 가죽공방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욜로(자신의 행복을 추구)’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문화가 확산된 데다 온라인 등 유통채널을 늘린 것이 젊은 층의 구매를 유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성수동 등 쇠락의 길을 걷던 수제화 거리는 독자 브랜드를 내건 수제공방들이 규모를 키워가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소비자, 개성 강한 수공예품 찾아
브랜드가 있는 국내 가죽공방은 헤비츠, 브로그앤머로우 등 10여 개 업체가 대표적이다.이재호 헤비츠 대표는 “명품은 너무 비싸고 저가 공산품은 사용하기 싫은 소비자들이 국산 가죽공방 제품을 찾는 수요층”이라고 말했다.
질 좋은 가죽으로 승부하는 헤비츠대기업 유통회사에 다니던 이 대표는 가죽제품을 만들던 취미를 사업화했다. 2010년 9월 헤비츠를 설립해 숙련공들을 모집하고 신입에겐 가죽제품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회사를 운영했다.
이 대표는 “우리 생산방식은 유럽 명품장인이 ‘한땀 한땀’ 제작하는 방식과 중국 공장식 제조방식의 중간쯤”이라고 말했다.
헤비츠의 주력 제품은 30만~70만원대 가죽가방과 7만~15만원대 가죽지갑 등이다. 수백만원짜리 명품은 아니지만 질 좋은 이탈리아산 가죽을 90% 이상 사용한다. 매일 부담없이 쓸 수 있는 가죽가방을 찾는 소비자가 헤비츠의 타깃이다. 헤비츠가 지난해 10월 크라우드 펀딩업체 와디즈를 통해 판매한 60만원짜리 신제품 가방은 보름 동안 32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지난해 헤비츠 매출(25억원)의 절반이 자사몰이 아닌 타사 플랫폼을 통한 것이다.이 대표는 “와디즈에서 먼저 찾아와 제품을 출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제품을 알리는 기회가 될 것 같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판로를 넓히는 것은 물론 주문 후 제작 방식이다 보니 악성 재고 부담도 덜 수 있었다.
‘입소문 마케팅’ 브로그앤머로우가죽공방업체 브로그앤머로우의 오은총 대표는 2014년 12월 회사를 설립하기 전 10년 동안 이탈리아에서 가죽을 수입하는 일을 했다. 브로그앤머로우가 하루에 제작할 수 있는 최대 가방 개수는 15개다.
브로그앤머로우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곳에서 만든 15만원대 여성용 가방이 ‘꼼꼼한 마감’ 등으로 입소문을 탔다. 오 대표는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스토리를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그앤머로우는 제품별로 가격을 정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홈페이지에는 이 회사가 이용하는 베지터블 가죽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적혀 있다.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몰인 아이디어스는 개성적인 가죽제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 덕분에 지난 1월 누적거래액 1000억원을 넘겼다. 공방 간 치열한 경쟁은 업계의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오 대표는 “공방에서 만들 수 있는 제품 개수엔 한계가 있고 인건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며 “왜 이만큼의 값어치를 하는지를 이해시키지 못한 제조업체들은 조용히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