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초대형 '부동산IB' 키운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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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thlee@hankyung.com“증권사인지, 부동산 투자회사인지….”(한 증권사 기업금융본부장)
대형 증권사들의 부동산 금융사업 집중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증권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증자 등으로 불린 자기자본을 단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쏟아붓고 있어서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PF 대출 신규 보증금액은 1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금융위원회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키우기 위해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이 엉뚱하게 아파트 신축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반면 대형 IB에 기대했던 모험자본 공급 실적은 제자리걸음이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금액은 여전히 전체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증권사들이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을 돕는 인수(언더라이팅) 업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2017년 초대형 IB의 부동산 투자 한도를 기존 10%(발행어음 조달금액 기준)에서 30%로 풀어주면서 부동산 PF ‘특수’에 일조했다는 평가다.
일부 증권사에선 정통 IB 업무의 쇠퇴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한 대형 증권사 IB 부문에선 인수 및 기업공개(IPO) 업무를 하던 임직원 10여 명이 최근 한꺼번에 사의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앞으로 공장(정통 IB 업무)은 누가 돌릴지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우려했다.
직원 성과급의 부동산 쏠림 현상도 기존 IB 업무의 위축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IB 분야 고액연봉자(5억원 이상) 가운데 70%는 부동산 금융 관련 업무 종사자였다.부작용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은 최근에서야 실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지난 8일에는 ‘부동산 금융 리스크관리’ 중점 검사 계획을 발표했다.
증권사들은 여전히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며 PF 관련 사업 확대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2011년 PF 대출 부실화 사태 이전 저축은행들과 비슷한 반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리먼브러더스는 파산 6일 전까지 초우량 등급인 ‘A’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