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학기 高3부터 단계 무상교육…정부·교육청이 1兆씩 재원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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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 2021년 전면 시행올해 하반기부터 고3 학생은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등이 면제되는 무상교육을 받는다. 2021년부터는 전체 고교생으로 확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청 협의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고교 무상교육 실현방안’을 확정했다. 무상교육은 올해 2학기 고3 학생을 시작으로 내년 고2·3 학생에 이어 2021년 고교 전 학년에 전면 시행된다. 무상교육 지원 항목은 초·중학교와 마찬가지로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 등이다.사립학교 중 일부 외국어고와 예술고, 자율형사립고 등은 입학금과 수업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고교생 자녀 한 명을 둔 가구당 연평균 158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무상교육에 필요한 연간 2조원은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1조원씩 분담하기로 했다. 다만 내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유효한 한시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올해 상반기 초중등교육법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 과제에 국가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재원 분담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부금만으로 무상교육 충분한데…정부, 1兆 추가 지출은 예산 낭비"
“학생 수가 많이 줄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여력이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무상교육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더라도 (중앙)정부가 비용을 추가로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9일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고교 무상교 재원의 절반인 1조원을 떠안는 방안이 확정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로 편입되는 고3과 학부모 표를 확보하기 위한 선심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부담, 추가재원의 3분의 2
당·정·청이 이날 발표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현방안’을 보면 국가와 교육청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지방자치단체 지원금 제외)의 절반씩을 분담하도록 돼 있다. 3학년에 한해 시행되는 올해 2학기만 교육청이 전액 부담한다.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의 부담 비율이 더 높다. 총 소요액은 2021년 전 학년 시행 기준으로 1조9951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정부와 교육청이 기존에 저소득층 자녀 등을 대상으로 지원하던 금액 약 8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기존 지원금을 제외한 추가 소요 1조2063억원 중 정부는 7985억원을 부담한다. 3분의 2가량을 떠안는 셈이다.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증액해 추가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미 내국세의 20.27%를 매년 자동으로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데 더해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교부금 예산을 따로 짜서 내려보내는 방안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중학교 무상교육도 이 같은 방식으로 추진됐다.
학생 수는 주는데…“방만 지출부터 줄여야”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시행으로 저소득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 소득이 약 13만원 늘어나는 등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고교 무상교육을 안 하는 나라는 우리뿐”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무상교육 자체에 반대하지 않지만 교부금 증액은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실질적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재정 교부율을 올리는 것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국가교육국민감시단도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고교 무상교육 실시가 가능하다”며 “방만한 교육재정 지출을 합리화하고 비효율적인 예산 지출을 삭감하는 등 교육재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세수 증대에 따라 최근 수년간 매년 10% 안팎 증가했다. 2016년 43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2조4000억원으로, 다시 올해는 60조4000억원으로 1년 만에 8조원이 불어나는 등 최근 3년간 40% 급증했다. 반면 저출산 여파로 학생 수는 급격히 줄고 있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약 723만 명이던 초·중·고교 학생 수는 지난해 558만 명으로 22.8% 감소했다. 2030년에는 426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5년짜리 대책’ 비판도
당·정·청이 이날 내놓은 재원계획이 5년짜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2024년 이후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일단 시작부터 하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교육청이 협조하지 않으면 지방재정교부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야권이 반발해 관련 법 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무상 복지에 이어 ‘무상 교육’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한 이후 재정 현황과 인구 변동 등 교육 여건을 감안해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치권 일각에선 정부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 무상교육을 당초 2020년 고3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0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갑자기 1년 앞당겼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선거연령 하향에 해당하는 고3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도원/정의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