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베를리오즈 '로미오와 줄리엣'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여러 작곡가가 곡을 붙였다. 그중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기이한 걸작으로 꼽히는 것이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1869)의 교향곡 ‘로미오와 줄리엣’(1837)이다. 작곡자는 ‘교향곡’이라고 했지만 이 곡의 장르는 모호하다. 우선 오페라만큼은 아니어도 극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기악만으로는 모자랐는지 독창자 셋과 합창도 동원한다. 그뿐 아니다. 브루크너와 말러의 긴 교향곡이 등장하기 반세기 전인데도 100분이 소요되는 대곡이다. 학자들은 교향곡처럼 이 곡을 4악장 구조로, 혹은 3개 파트로 분석하곤 하지만 실제로는 12곡으로 구성된 모음곡에 가깝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면이 이 곡의 대중적 인기를 가로막는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판단을 의식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자적 시선이야말로 베를리오즈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