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벤치마킹한 獨 '알디'·'리들'…초저가 앞세워 유럽·북미시장서 돌풍

비용 줄이려 박스째 진열하고
PB가 90%…상품수도 확 줄여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급성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일상적 초특가 전략을 구상하면서 독일계 저가형 슈퍼마켓인 ‘알디(Aldi)’와 ‘리들(Lidl)’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매장을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hard discount store)’로 분류한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대형마트 등에서 찾아보기 힘든 새로운 유형으로 말 그대로 초저가 매장을 말한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는 아직 시도해보지 않은 초저가 시장이 선진국에서는 성장하는 업태”라며 성장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두 회사는 반값 할인과 같은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고 있다. 독일 영국 프랑스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알디와 리들의 가격경쟁력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나온다. 우선 매장에서 잘 팔리는 품목 위주로 상품 수를 확 줄였다. 상품 수는 기존 마트 대비 10분의 1 수준인 1000여 개에 불과하다. 상품은 가지런히 정렬하지 않고 박스째 쌓아 놓는다. 매장 디자인 등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가격 할인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안내 직원과 계산원을 없애고 고객이 바코드를 통해 셀프 계산하도록 유도해 인건비와 같은 고정지출을 줄인 것도 특징이다.

알디의 경우 가격을 싸게 해 팔 수 있는 자체상표(PB) 상품 비중이 다른 할인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는 특징이 있다. 90%가량이 PB 상품이다. PB 상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한 것도 알디와 리들의 성공 요인이다. 상품 질 역시 신경써 PB를 ‘싸구려 상품’에서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으로 인식을 바꿔놨다.

유럽의 경제상황과도 맞아떨어졌다. 2011년 유럽 경제위기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유럽의 소비자들은 저렴한 알디와 리들의 PB 상품으로 눈을 돌렸다. 써보고 소비자들은 값은 싸고 품질은 괜찮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알디와 리들은 2011년 이후 급성장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