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브렉시트 1년 늦추겠다"…조건부로 英에 제시

EU 정상회의 안건으로 논의

다음달 유럽의회 선거 참여 요구
'6월까지 연기' 메이 제안은 거부
유럽연합(EU)이 오는 6월 말까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연기해달라는 영국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고 조건부로 내년 3월까지 연장해주는 안을 제시했다. 다음달 말 치러질 예정인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이 참여하면 브렉시트를 당초 시한인 지난 3월 29일에서 최대 1년 미뤄주기로 했다. 다만 영국 의회가 그전에 EU와의 탈퇴 협정을 승인하면 곧바로 브렉시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가디언 등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브렉시트를 최대 1년 미뤄 내년 3월까지 영국이 EU 회원국 지위를 유지하는 방안을 10일 EU 정상회의 안건으로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6월 30일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제안은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EU는 브렉시트를 1년 연장해주는 대신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일단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중 EU 탈퇴 협정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래 관계에 대한 정치적 선언은 일부 수정할 수 있다. 또 다음달 23~26일 치러질 예정인 유럽의회 선거에 영국도 참여해야 한다. 이 조건을 영국이 따르지 않으면 6월 1일 즉각 탈퇴해야 한다.

대신 영국 의회가 EU와의 탈퇴 협정을 승인하면 1년 내 언제라도 곧바로 브렉시트가 이뤄지도록 했다. 영국 의회는 메이 정부와 EU가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문을 세 차례 부결시켰다.당초 영국은 리스본조약(EU 개정 조약)에 따라 올해 3월 29일 EU를 탈퇴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탈퇴 협정이 영국 의회에 번번이 가로막히면서 EU는 브렉시트 시한을 일단 5월 22일로 미뤄줬지만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해 추가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파운드화 가치는 EU가 브렉시트 연기를 승인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이날 상승세로 돌아섰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