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직원들도 꽂힌 자사 상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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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애 씻어나온 사과·광동 녹용단·AGE20's 팩트홈쇼핑 방송을 통해 하루에 쏟아지는 상품은 수십 개다. 주요 업체들이 한 달에 내놓는 상품만 1000개가 넘는다. 쇼호스트들의 설명을 듣고 있으면 모든 제품이 다 좋아보인다. 살까 말까 휴대폰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믿고 살 만한 물건인지 혼란스럽다.
홈쇼핑 회사 직원들이 많이 사는 제품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구매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GS홈쇼핑, CJ오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등 4개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올 들어 3월 말까지 가장 많이 구매한 홈쇼핑 상품을 알아봤다. 자사 홈쇼핑 판매 기준이다.GS는 농산물·현대는 화장품 잘 팔려
업계 1위 GS홈쇼핑 직원들이 가장 많이 산 상품은 ‘산지애 씻어나온 사과’였다. 경북 김천 고랭지에서 수확한 미시마 품종으로 당도와 산도가 균형 잡혀 있어 새콤달콤한 맛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세척된 사과가 한 알씩 개별 포장돼 있다는 점. 따로 씻을 필요 없이 하나씩 봉지를 뜯어 먹으면 돼 간편하게 과일을 즐기려는 직원들이 즐겨 찾았다.
CJ오쇼핑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종근당 녹용 홍삼 기력진’이 인기였다. 국내산 녹용 추출액과 6년근 홍삼 농축액을 담은 제품이다. 한 포에 70mL씩 개별 포장돼 있어 원할 때마다 깔끔하게 마실 수 있다. 상자에 따라 30포 또는 60포씩 들어 있어 1~2개월 단위로 살 수 있는 제품이다.현대홈쇼핑 직원들은 뷰티 제품을 가장 많이 찾았다. ‘조성아 스틱파운데이션’은 3개월 동안 1100개 팔렸다. 메이크업 전문가 조성아 아티스트의 30년 노하우를 담은 파운데이션이다. 스틱형으로 화장품이 손에 묻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일반 소비자 사이에도 입소문이 많이 났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여직원이 약 500명인 것을 감안할 때 1인당 두 개 이상씩 구매한 꼴”이라며 “피부 타입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 선물용으로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패션 제품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남녀노소 입을 수 있는 ‘험멜 롱 벤치코트’가 5만원대 저렴한 가격으로 직원들의 구매를 이끌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블랙 네이비 핑크 화이트 네 가지 색상이 마련돼 있어 출퇴근길 복장에 어울려 많은 직원이 사갔다.
AGE20’s 팩트·TS 샴푸는 모두 상위권모든 홈쇼핑 회사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사간 제품도 있다. ‘견미리 팩트’로 알려진 애경산업의 ‘AGE20’s(에이지투웨니스) 올 뉴 에센스 커버팩트’가 대표적 제품이다. 이 제품은 GS홈쇼핑, 롯데홈쇼핑 두 군데에서 모두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 처음 출시된 이후 국내 홈쇼핑 방송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히트 상품이다. 지금까지 750만 세트 넘게 팔렸다. 에이지투웨니스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애경산업에서 화장품 사업 매출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탈모 방지 샴푸로 알려진 ‘TS 샴푸’도 홈쇼핑 회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직접 구매하는 베스트셀러였다. 탈모 기능성 제품을 생산하는 TS트릴리온이 내놓은 상품이다. 2017년 GS홈쇼핑에서 주문 수량 기준 전체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지난 4일 CJ오쇼핑의 오전 6시 방송에서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도 탈모 관리에 신경 쓰는 트렌드가 이어지고 있다”며 “20~40대 남성 직원이 많이 사가 순위권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