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한미정상회담서 북미협상 재개 실질방안 모색돼야"

"文대통령, 트럼프에 너무 큰 양보로 보이지 않는 대북제재 완화 제안할 것"
"트럼프의 실질적 메시지 얻어 김정은 설득 전망…北최고인민회의 메시지 주목"
미국 워싱턴DC에서 11일(현지시간) 개최되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위한 실질적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제재 일부 완화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의 간극을 좁힐 절충지대가 마련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CNI) 국방연구소장은 9일 연합뉴스에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가 대화를 계속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프로세스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강경파에 휘둘리지 않고 그와 같은 프로세스에 전념하게 할 수 있다면 (북미) 관계 정상화의 여건을 촉진하고 형성하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문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이 너무 많이 양보하거나 약하게 보이지 않는 수준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러한 제재완화를 '일시적 보류'로 명명하는 것이 하나의 아이디어"라며 북한이 해제를 요구한 5가지의 대북제재결의 중 3가지 정도와 한두 가지의 남북 경제협력을 완화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그는 또 제재를 되돌리는 '스냅백'(snapback) 조항을 마련해두면 북한이 협상 궤도에서 이탈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은 여전히 보호되고 있으며 제재가 원상 복귀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로버트 매닝 미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영변 핵시설 전부를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이 유효한 상황에서 북미가 가능한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북미) 외교 재개를 위한 중재자 역할 복귀를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미가 탐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과 검증을 동반한 영변 핵시설 전부의 폐기와 북한 우라늄농축시설의 추가 폐기,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한 대북제재의 일부 보류 등을 거론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유엔이나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 재무부의 추가 대북제재 철회를 지시했던 것과 관련, "미국의 제재정책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대북제재를 하고자 하지 않지만 기존의 제재를 완화하거나 대규모 남북경협을 위한 제재 면제를 허용할 것 같지도 않다"고 전망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좀 더 유연한 대북 접근과 가능한 한 빠른 협상 재개를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북미협상 조기 재개든 유연한 접근의 증거든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실질적인 메시지를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같은 것을 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엄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포괄적 합의로 미국을 만족시키고 단계적 이행을 통해 북한을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를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방안의 윤곽이 마련된다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3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한미정상회담이 잘 되면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시작될 3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날 열리는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미협상 지속에 대한 메시지가 발신된다면 협상 재개에 긍정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엄 선임연구원은 "최고인민회의는 (대외관계보다) 노동당과 정책 문제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지만 외교적 협상을 계속할 필요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표명되는 북미협상에 대한) 김정은의 입장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 지속에 대한 의지의 단서로 면밀히 관찰될 것"이라면서 "북한은 협상 테이블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외견상의 일부 양보를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북한이) 그렇게 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몰딜'에 동의하도록 하는 충분한 명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