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커피는 생존 필수품 아냐"…원두 비축의무 폐지 방침

스위스가 커피 회사들이 비상사태에 대비해 커피 원두(생두)를 비축해 두도록 하는 수십 년 된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커피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수품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오는 2022년 말까지 커피 의무 비축 규정을 폐지할 방침이라고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 관계부처는 "커피는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며 "커피는 거의 칼로리가 없어서 생리학적 관점으로 봤을 때 영양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들이 비축해 둔 커피의 양을 자유롭게 줄여도 된다고 허용했다.이번에 발표된 의무 비축제 폐지안은 검토를 거쳐 오는 11월 시행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스위스에서는 20세기 초 1·2차 세계대전 사이 전쟁, 자연재해나 전염병 등의 비상사태에 대비해 커피 원두를 비롯해 설탕, 쌀, 식용유 등의 생존 필수품을 의무적으로 비축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현재 세계적인 식품 기업 네슬레를 비롯한 스위스 내 15개 커피 관련 업체들은 국민 850만명이 석 달간 소비할 수 있는 양인 약 1만5천300t의 원두를 비상시를 대비해 쌓아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무 비축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의 식량 비축량을 감독하는 기관인 리저브스위스는 정부에 폐지안을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커피 비축의무를 지는 15개 회사 중 12곳이 의무 비축제 폐지에 반대한다.의무 비축제가 커피 공급망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스위스 정부는 수입 원두에 매긴 수수료에서 얻은 수입으로 원두를 비축하는 회사들에 연간 270만 스위스프랑(약 30억 7천만원)을 보상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커피의 칼로리만 볼 것이 아니라 항산화 물질이나 비타민 등 커피에 포함된 성분이 가진 효능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