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추구권 침해' 낙태죄 폐지"…청소년·종교계 '릴레이'촉구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결정해야"
개신교 단체·시민단체, 오후 '낙태죄 폐지 반대' 기자회견
낙태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는 11일 헌재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잇따라 열렸다.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인권운동사랑방 등 23개 단체가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9시부터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장 먼저 열린 청년 학생 기자회견에서 사회변혁노동자당 학생위원회 황강한 씨는 "여성은 스스로 신체와 삶에 대한 결정권을 능동적으로 행사할 능력이 있다"며 "낙태죄 위헌 선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행복추구권 침해하는 낙태죄를 폐지하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 보장하라" "약물적 임신중지 보장하라"는 구호를 외쳤다.이어 열린 종교계 기자회견에서는 기독여민회·성공회 길찾는교회·천주교성폭력상담소 등 기독교 계열 종교단체들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여성은 아이를 낳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라며 "교회는 오랜 시간 외면했던 여성의 고통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필요에 따라 때로는 출산을 억제하고 때로는 장려하며 여성의 몸을 '공공재' 취급하던 입장을 반성해야 한다"며 "순응적 인간상을 강요하며 여성을 소유물처럼 대해 온 종교적 관성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강조했다.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페미니즘모임 등 청소년 단체 관계자들은 미비한 학교 성교육과 청소년의 임신중절 권리에 초점을 맞췄다.

청소년인권행동 소속 '라일락' 씨는 자신의 청소년기 낙태 경험을 이야기하며 "청소년 임신중절에 보호자의 동의를 강제하는 것은 청소년의 건강을 중대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임신중절을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국가와 전문가로부터 받고 당사자와 병원, 낙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린 헌재 정문 앞에는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시민 10명가량도 시위를 벌였다.이들은 '생명을 죽일 권리 누구에게 있습니까', '낙태도 살인이다' 등의 피켓을 들고 낙태죄 존치를 주장했다.

개신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 79개로 구성된 '낙태죄폐지반대전국민연합'은 이날 오후 1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를 존치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전날 배포한 성명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의 존중이라는 우리 헌법 정신에 근거해볼 때 낙태죄는 계속 존치돼야 한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다음 세대에 어떤 가치와 도덕적 유산을 남겨줘야 할지 깊이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낙태 시술을 받은 여성의 신체적, 정서적 고통이 알려진다면 낙태 시술에 가장 반대해야 할 사람들은 여성들이 될 것"이라며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 문제뿐 아니라 여성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존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헌재청사 1층 대심판정에서 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 A씨가 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