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김정은 '오판 적대세력에 타격' 언급 배경 촉각

"하노이회담 관련 北입장 밝힌 건 처음"
외신들은 11일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전원회의 발언에 주목하며 그 의미와 전망을 분석했다.로이터·블룸버그·AFP·교도통신 등은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는 기사에서 모두 '심각한 타격'(Serious Blow 또는 Severe Blow)을 제목으로 뽑았다.

조선중앙방송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노동당 제7기 4차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이 자리에서 "최근에 진행된 조미(북미)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해서도 밝혔으나, 북한 매체들은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보도하지 않았다.이를 두고 로이터와 AFP는 지난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북한의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제재와 이를 부과하는 '적대 세력'을 연관시킴으로써 김 위원장은 워싱턴을 향해 최근 관영매체 보도보다 약간 더 강경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대북 전문가들은 말한다"고 소개했다.

이 통신은 또 이날 공개된 발언을 통해 김 위원장이 지난해 4월 3차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기존 '핵·경제 병진 노선' 대신 채택한 '경제건설 총력 노선'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김 위원장의 언급이 11일(미 동부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데 주목하는 언론도 있다.

블룸버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도착할 때 나온 김정은의 새로운 경고는 북핵 대화를 다시 시작하려는 동맹들의 노력을 더욱 긴급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공개된 김 위원장의 발언이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더 큰 비핵화를 고집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교집합을 찾으려는 문 대통령의 도전을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통신은 "한미 정상이 제재에 대해 유연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북한은 대화의 문을 닫을 것임을 암시했다"라는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의 분석도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내부 단결용이라고 진단했다.

제재 완화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은 "분명히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교도는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