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두 번의 전란에도…조선은 왜 일본에 통신사를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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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통신사의 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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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7년 정유재란 이후 10년 만인 1607년 첫 파견 이후 200여 년 동안 통신사는 총 열두 차례 일본을 다녀왔다. 책은 총 6부로 나눠 통신사가 다녀간 길을 순서대로 치밀하게 서술한다. 지역마다 저자가 마주친 통신사 관련 자료와 사진들을 보여주고 수많은 일본인과의 대화를 통해 통신사의 모습을 복원한다. 1부에선 부산에서 하카타(현 후쿠오카)까지 소개하며 조선과의 관계 회복에 앞장섰던 쓰시마번주를, 2부에선 혼슈 끝자락에 있는 시모노세키에서 고베(효고)까지를 다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기리는 도요쿠니 신사 옆에 왜란 당시 일본군에 의해 잘린 조선인들의 귀와 코를 묻은 이총을 소개하는 3부와 쇼군에게 국서를 전달하는 통신사들의 긴장감과 각종 사건을 서술하는 5부도 눈길을 끈다.
통신사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는 왜란과 재란 당시 잡혀간 피로인, 즉 포로들을 다시 데려오는 일이었다. 조선의 요구에 일본이 사과한 것은 아니지만 성의는 보였다. 군대가 저지른 일이기에 오늘날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갈등과도 겹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위안부 문제에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며 문제 삼지 말라고 하는 지금 일본 정부의 태도는 오히려 400년 전보다 후퇴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위안부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일 간 정치적 교류는 물론 경제적 교류까지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책은 과거 조선과 일본이 두 번의 전란 이후 통신사를 통해 어떻게 관계를 회복했는지 답을 알려준다. 저자는 “차가워진 한·일 간 외교문제를 푸는 방법을 통신사의 지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인범 지음, 한길사, 808쪽, 2만8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