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분 다 걸고 결단 내렸는데…벼랑 끝 몰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는 '당혹'

아시아나항공은 핵심 계열사
매각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해외자본 유치 카드 꺼낼 수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4)이 벼랑 끝에 몰렸다.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금호고속 지분 전량(47.5%)을 담보로 내놓은 승부수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전 회장은 11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그룹 전략경영실 임원들로부터 채권단의 입장을 보고받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회계 파문’ 사태의 책임을 지고 지난달 28일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그는 서울 공평동 사옥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의 추가 사재 출연 등에 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며 “채권단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이 추가로 내놓을 재산은 많지 않다. 그는 대우건설(2006년), 대한통운(2008년)을 무리하게 인수한 게 화근이 돼 2011년 금호산업 등 주력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자 3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2015년 산은에 7228억원을 주고 금호산업을 되찾아오며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6000억원가량을 외부차입과 자본유치로 조달했다. 박 전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의 금호고속 지분 42.7%는 2015년 산은의 금호타이어 지원 때 담보로 잡혔다. 전날 산은에 제출한 자구안에 담긴 사재 출연 규모가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8%뿐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전 회장이 당장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룹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에어부산(아시아나항공이 44.1% 보유)과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세이버(80%), 에어서울(100%),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아시아나개발(100%) 등 알짜 계열사도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이탈하면 재계 25위(자산 기준)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건설회사인 금호산업과 운수업체인 금호고속, 레저업체인 금호리조트만 거느린 소그룹으로 전락하게 된다.박 전 회장이 중국 등 해외 자본을 유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중국 하이난그룹 계열인 게이트고메스위스의 투자를 받아 기내식 합작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를 설립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이 박 전 회장 측에 지나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측이 전 재산을 걸고 3년 안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채권단이 박 전 회장 측에 마지막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