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채 "美 경제 내년까지 침체 없을 것…Fed 긴축 완화로 글로벌 금융시장 안도"

한경 인터뷰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마이클 채 최고재무책임자
“블랙스톤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을 세계와 아시아의 핵심 오피스 시장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블랙스톤의 마이클 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52번가 블랙스톤 본사에서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블랙스톤은 운용자산이 472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블랙스톤 CFO가 한국 미디어와 인터뷰한 것은 한국경제신문이 처음이다.채 CFO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지난해 반도체를 빼면 성장률이 ‘제로(0)’에 가깝지만 기술 혁신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장기 전망은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내년까지는 미국 경제의 침체 위험이 높지 않다고 단언했다. 중국 경제도 미·중 무역협상 합의와 각종 부양책 등에 힘입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가 곧 침체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그 같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이익 증가세는 감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 중이며 추세도 견고합니다.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낮겠지만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또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의 실적을 보면 성장세는 안정적이고 강합니다.”▷2020년 또는 2021년 침체설이 나돕니다.

“분명히 올해와 내년은 침체 위험이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네 차례 금리를 인상한 뒤 완화적 태도로 전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미국 경제와 시장에 도움이 될 겁니다.”

▷뉴욕증시에 대해 어떻게 봅니까.“기업 이익 측면에서 작년보다 성장률은 낮을 것으로 보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작년이 너무 좋았지요. 지난해 4분기 조정받은 뒤 회복돼 전체 시장 배수는 역사적 평균치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합리적 가격대에 있다고 봅니다. 다만 산업과 부문별로 다른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특히 경기민감 산업은 덜 회복됐고 전반적으로 6개월 전보다 낮은 배수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섹터별로 보면 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400억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펀드를 1년 만에 마감했습니다.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펀더멘털이 상당히 강합니다. 경제가 좋기 때문에 수요가 강합니다. 전반적으로 초과 공급이 없습니다. 부동산의 부문별로 모멘텀이 좀 다르긴 합니다. 블랙스톤은 물류와 도시화라는 테마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물류는 전자상거래 확대로 많은 성장동력을 얻고 있습니다. 또 도시화 측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며 일하길 원할까를 연구해 차별화된 성장을 할 특정 지역과 도시에서의 혁신적 시장을 찾아내 투자하고 있습니다.”▷금융시장에 지나친 낙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작년 4분기 이전 시장은 너무 낙관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짚고 싶은 건 지난해에는 통화정책에 많은 불확실성이 있었고 Fed가 지금과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신호는 명백해졌고 Fed는 기본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자산 축소 중단을 포함해서 말이죠.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도 약간의 동조화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일종의 안도감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걸 지나친 낙관이나 자만이라고 하진 않겠습니다. 시장에선 Fed가 협조적 자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고 있고, 그것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중단했다고 봅니까.

“Fed가 올해 한 번 인상하거나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기본적으로 인상할 확률은 크게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봅니까.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 볼 수 있는 완화적 통화 정책이 세계 경제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은 그중 펀더멘털이 좋은 편입니다. 유럽은 확연히 둔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와 신흥시장에선 국가별로 다르지만, 중국과 인도는 긍정적으로 주목할 만합니다.”

▷중국의 부양책은 중국 경제를 되살리는 데 충분한가요.

“낙관적으로 봅니다. 중국은 지난해 어려움에 직면해 각종 부양책을 펴고 있습니다. 부채 디레버리징을 중단했고 세율을 낮췄습니다. 또 통화가치는 평가절하됐습니다. 어쩌면 무역갈등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작년보다 확실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인도에 대해서도 좋게 봅니다. 인도 정부는 개혁과 친성장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어떤 위험 요소가 있나요.

“지정학적 갈등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위험은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를 보세요. 대부분은 ‘노딜 브렉시트’로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지만 그렇게 된다면 부정적일 겁니다. 다른 한 위험 요소는 중앙은행의 실책일 수 있습니다. 그럴 확률은 낮다고 생각합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희망적입니다. 양국이 합의하길 원한다고 느낍니다. 합의의 수준, 무엇이 포함될지가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우선은 합의하는 게 분명히 커다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블랙스톤은 한국 시장에서 부동산을 빼면 그리 활발히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사모펀드 전략은 경영권을 통제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의 사모펀드 시장과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대규모 거래가 줄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핸드백업체 시몬느에 투자했습니다. 한국에서 지난 몇 년간 우리 몫만큼 제대로 투자해 왔으며, 앞으로 새로 유치한 자본으로 더 활발한 투자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한국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서울을 아시아와 세계의 핵심 오피스 시장 중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또 혁신 기술산업 측면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해 중요한 투자를 했습니다. 우리는 제한된 신규 부동산 공급, 세입자 수요, 특히 기술 기업 입주자의 조합을 좋아합니다. 이런 요인의 조합이 강남에 투자한 이유입니다. 부동산 개발사 터브먼과 합작으로 스타필드하남에도 투자했습니다. 세계 최고의 쇼핑몰 중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가 고령화 등으로 침체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진단이 많습니다.

“작년 한국 경제가 2.7% 성장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반도체를 뺀다면 성장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인구통계학적 제약(고령화 등)은 이해합니다. 미·중 무역갈등이 개선된다면 한국 경제는 좋아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경제이자 참여해야 할 시장입니다. 강력한 소비 경제인 데다 기술 측면에서 혁신 중심지라는 점을 높이 삽니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험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협의가 지속되는 걸 기쁘게 여깁니다. 나는 해결에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합니다. 18~24개월 전 우리는 한반도 갈등을 세계에서 가장 큰 지정학적 위험으로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그런 상황과는 거리가 멉니다. 긴장 완화의 관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클 채 CFO는…

1969년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한국인인 부모는 1950년대 미국으로 유학 가서 정착했다. 그는 하버드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국제관계 석사 학위를 땄다. 칼라일그룹에서 일한 뒤 예일대 로스쿨을 거쳐 1997년 블랙스톤에 입사했다.

블랙스톤에서 힐튼호텔과 닐슨, 웨더채널 등에 대한 투자를 이끌었다. 2010~2015년 아시아태평양담당 파트너(임원)를 맡아 블랙스톤의 아시아 확장을 주도했다. 이후 투자뿐 아니라 경영 능력까지 인정받아 뉴욕 본사로 돌아와 2017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선임됐다.

그는 2017년 인센티브를 포함해 1821만달러(약 207억6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블랙스톤에서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 등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채 CFO는 직접 투자를 결정한 힐튼호텔, 유니버설스튜디오 등의 이사도 지냈다.월스트리트의 3대 사모펀드(PEF)에는 모두 한국계가 최고위직에 있다. 칼라일의 이규성 최고경영자(CEO), KKR의 조셉 배 CEO 그리고 채 CFO다. 이들 셋은 하버드대를 함께 다녔다. 채 CFO는 “1980년대 한인 2세들은 변호사, 의사만을 원했던 부모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며 “그래서 우리 셋은 금융 분야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