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승소' 이끈 정하늘 통상분쟁대응과장, 스타 변호사 출신…격투기 즐기던 '승부사'
입력
수정
지면A9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법적 분쟁에서 여러 번 이겨봤지만 이번엔 기분이 남다르네요.”
정하늘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분쟁대응과장(39)은 이번 세계무역기구(WTO) 일본산 수입식품 분쟁에서 역전승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WTO는 12일 일본이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식품 수입 규제는 부당하다”며 제소한 사건의 최종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한국 손을 들어줬다.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 관련 분쟁은 지금까지 40여 건 있었는데 피소국이 이긴 사례는 처음이다. 일본에서 “상정하지 않았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산업부는 WTO 판결 이후 한 언론 브리핑에서 이례적으로 실무 책임자인 정 과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칭찬했다.
정 과장이 이번 승소가 남다르다고 한 것은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통상분야의 ‘스타’ 변호사였다. 법무법인 세종에서 일했다. 2016년 세계적 법률시장 평가기관인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로부터 ‘떠오르는(up and coming) 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공모를 통해 공직에 들어왔다. 정 과장은 “변호사 때부터 좀 더 공적인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직속 상관인 정해관 산업부 신통상질서협력관은 “민간에 있을 때보다 월급이 최소 절반은 깎였을 것”이라며 “같이 일해보니 사명감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정 과장은 변호사 시절부터 법리 구성에 치밀하고 승부사 기질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랜 취미가 이종격투기라는 점은 승부사 기질을 엿볼 수 있는 한 단면이다. 그는 “UFC 김동현 선수와 스파링을 하면서 맷집을 키웠다”며 웃었다. WTO 분쟁 과정에서도 밤샘 작업을 밥 먹듯이 해 주위에서 말릴 정도였다.정 과장은 “일본 식품의 방사능 검출 수준은 다른 나라와 비슷할지 몰라도 일본의 환경적 조건이 식품에 끼치는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게 주효했다”며 “국익에 기여해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이번 승리의 또 다른 주역인 고성민 사무관(35)은 “먹거리 안전 문제는 국민적 관심사여서 부담이 컸는데 결과가 좋아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고 사무관 역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법조인의 길 대신 공직을 택했다.
서민준/구은서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