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재 굴복은 오판"이라는 김정은의 오판, 바로잡아 줘야

한·미 양국 정상이 11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하고 북한 비핵화와 미·북 대화 재개 방안 등 현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양국 정상 부인이 동석한 단독 회담, 핵심 참모가 참석한 소규모 회담과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 등 두 시간 동안 릴레이 회담을 갖고 1박3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크게 갈린다. 정부는 한·미 양국이 ‘물샐틈없는 동맹’임을 확인했고 3차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점, 그리고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공식화했다는 점 등이 성과라고 자평한다.상반된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빅딜 고수 정책이 (북한과 대화 및 교류를) ‘서두르자’는 요구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지금은 개성공단 가동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적기가 아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인용, 북한과의 협상 끈을 이어가려는 문 대통령이 한 방(blow) 먹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정상회담 후 공동발표문이 없었던 점, 이례적 부부동반 정상회담으로 깊이 있는 대화 자체가 어려웠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정상회담을 ‘노딜(no deal·합의가 없는)’ 회담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빅딜’ 원칙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영변 핵시설에 더해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면 부분적 제재완화를 하자는 이른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충분히 괜찮은 거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현 시점에선 빅딜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한 데서도 거듭 확인됐다.

같은 날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돼 오판하는 적대세력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북한 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시간도 벌어보려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야말로 ‘오판’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 정부는 혹시라도 ‘중재자’ 내지 ‘촉진자’를 자임하며 김정은의 이런 오판을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차제에 돌아봐야 할 것이다.

4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정부는 “비핵화 없는 제재완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한다. 그것만이 김정은의 오판을 막고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다. 문 대통령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인했다는 물샐틈없는 한·미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