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여러 군사장비 구매' 언급…軍, 어떤 무기 도입하나

지상감시정찰기·SM-3 미사일·MH-60R 헬기 등 10조원 이상 구매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여러 군사 장비 구매를 결정했다고 밝혀 앞으로 어떤 미국산 무기가 도입될지 관심을 끈다.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여러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으로 결정했다"면서 "거기에는 제트 전투기라든지 미사일 그 외에 여러 가지 장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들은 그간 우리 군이 진행해온 전력증강 사업 중에서 미국 무기를 구매한 것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추가로 구매 결정된 무기는 없으며, 그간 도입을 결정한 무기를 지칭한 발언이라는 것이다.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내 및 대외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 당장 구매하기로 결정된 전투기나 미사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대형 전력증강사업에서 미국산 무기를 상당히 구매하는 방향으로 정책적인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 자체가 이번 한미정상회담 성사의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미국 보완전력을 받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한국군은 그간 미국산 대형 무기를 다수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사업비 7조4천억원을 들여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미국에서 도입한다.

이 가운데 2대가 지난달 말 우리나라에 도착했다.올해 안으로 10대가량이 한국에 인도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고도 무인정찰기(HUAV)인 글로벌호크 4대를 8천800억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며 오는 8월 1호기가 한국에 도착한다.

작년에는 사업비 1조9천억원에 달하는 차기 해상초계기로 미국 보잉의 포세이돈(P-8A) 6대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기종을 선택한 이들 대형 무기사업에만 1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세계 방산시장 연감'의 '미국 2008~2017년 무기수출 현황' 편에 따르면 미국은 10년간 한국에 67억3천100만 달러(7조6천억여원)어치의 무기를 판매했다.

이는 올해 우리 국방예산인 46조원의 16% 수준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주둔비용 중 한국이 부담하는 몫) 증액 필요성을 자주 거론하면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많이 구매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분담금 증액을 노린 '압박'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런 이유로 군사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에 10조원 이상의 무기를 더 구매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당장 F-35A 20대를 추가 구매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2022년께 첫 비행을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 전투기(KF-X)로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 스텔스기를 추가 구매하지 말자는 주장이 있지만,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이 스텔스기를 대량 보유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0대를 더 들여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지상감시정찰기인 '조인트 스타즈'(J-STARS) 구매 대기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2023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신규 도입 전력(무기)에 '합동이동표적감시통제기(지상감시정찰기)'가 포함됐다.

그간 구매할지 말지를 놓고 군 당국이 토의하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구매로 결정했다.

늦어도 2023년까지는 생산국과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은 조인트 스타즈를 도입 대상 1순위 후보로 꼽고 있다.

미국도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이 J-STARS를 구매해줄 것을 강력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사업비가 1조원가량 소요되는 해상작전헬기 2차 사업(12대)의 대상 기종으로 미국 록히드마틴의 MH-60R(시호크)가 검토되고 있다.

1차 사업으로 이미 8대가 국내 도입된 유럽제 레오나르도의 AW-159 '와일드캣'이 2차 사업의 유력 기종으로 거론됐으나 최근 경쟁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호크 구매를 염두에 둔 사업방식 변경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SM-3 함대공미사일의 구매도 거론된다.

1발당 250억원가량인 SM-3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검토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상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로 불리는 SM-3를 구매할 경우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계속 압박하는 상황에서 우리 군의 대형 전력증강 사업이 미국에 더 편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