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CEO "히틀러도 소셜미디어 사랑했을 것"

"SNS, 극단주의자가 바라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

"히틀러도 소셜 미디어를 사랑했을 것이다"로버트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가 극단주의를 선동하고 전파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취지로 행한 연설의 한 대목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이거 CEO는 11일(현지시간) 유대인 인권 단체인 시몬 비젠탈 센터가 주최한 인도주의 공로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의 자격으로 행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소셜 미디어는 구조적으로 우리의 확신을 끊임없이 승인하고 깊은 우려는 증폭함으로써 우리의 믿음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모조리 걸러내 버리는 협소한 세계관을 반영하기 때문에 극단주의자가 바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도구"라고 꼬집었다.또한 소셜 미디어는 "모두가 같은 의견을 공유하고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조성한다"면서 "최악의 경우에는 악이 괴로운 마음과 길잃은 영혼들을 먹이로 삼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소셜 뉴스 피드가 사실보다는 허구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고 인간적 삶에 가치를 두는 시민사회에서는 설 자리가 없는 비열한 이념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거 CEO는 2020년 대선을 앞둔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증오와 분노를 배격하고 담대한 비전, 인신공격이 없는 정책 토론을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그는 연설에서 "증오와 분노가 우리를 다시 한번 깊은 구렁으로 끌고 가고 있다"고 말하고 "특히 우리 정치권은 지금 경멸이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이거 CEO는 "타인을 공격하지 않고도 정책을 토론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강조하면서 "나는 타인에 대한 경멸에 바탕을 두지 않은 주장을 듣고 싶고 모두를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비전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디즈니는 2017년 10월 한때 트위터 인수를 검토했었던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이날 연설 내용을 짚어보면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그의 최근 시각은 당시와 사뭇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