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재벌에서 출발한 전원산업, 버닝썬에 휘말리기까지

주말 왁자지껄
1988년 동원탄좌 서북 탄광의 모습. 연합뉴스
전원산업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경찰은 최태영 전 전원산업 대표(59)를 횡령 혐의로 입건하고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전원산업은 클럽 버닝썬의 지분 42%를 차지해 실소유주로 지목받고 있다.

전원산업은 지난해 7월 식음료 위탁업체 직원을 상대로 한 이른바 ‘콩국수 갑질’ 논란이 발생한 골프장 레이크우드CC의 운영업체이기도 하다. 전원산업 오너인 이전배 회장이 “콩국수 면발이 왜 굵냐”는 항의를 해 위탁업체 신세계푸드의 직원이 권고사직된 사건이다. 이 회장은 전원산업 지분의 69.9%를 소유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말 10년 장기고객이었던 레이크우드CC와 계약을 종료하고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에는 전담 운전기사가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면박을 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전배 전원산업 회장. 한경DB
전원산업은 호텔 르메르디앙, 레이크우드CC를 운영 중인 대표적인 국내 호텔‧레저 기업이다. 전원산업의 뿌리를 파고 들어가면 의외의 기업이 하나 더 나온다. 국내 1호 민간탄광업체인 동원탄좌다.

동원탄좌는 창업주인 고(故) 이연 동원그룹 회장이 1963년 강원도 정선에 설립했다. 1970년대 1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고속 성장했다. 1974년 연간 석탄생산량 100만t을 돌파했고 4년 뒤인 1978년에는 연간 석탄생산량 국내 1위 탄광에 올랐다. 1980년대 후반, 석탄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동원탄좌는 호텔사업으로 생존을 모색했다. 이 시기 호텔사업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이연 회장의 차남인 이전배 회장이다. 계열사인 전원산업을 맡은 그는 1986년 제주남서울호텔에 이어 1987년 서울 남서울호텔을 인수하며 호텔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에는 리츠칼튼서울을 개관하며 아버지의 든든한 오른팔이 됐다.2003년 이연 회장이 별세하자 이 회장은 전원산업을 이어받았다. 사실상 그룹의 ‘알짜’만을 골라 받은 셈이다. 형인 이혁배 전 동원그룹 회장은 2004년 정부 정책에 따라 탄광이 폐쇄된 뒤 어려움을 겪다 바닷모래 채취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그러나 2016년 보유한 회사 지분 전체를 더블유투자금융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넘겼다. 당시 이전배 회장은 그룹 매각에 반대했으나 형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갈라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전배 회장은 2017년 메리어트인터내셔널과 계약해 현재 리츠칼튼을 르메르디앙서울로 개관했다. 당시 전원산업은 호텔 지하 공간에 클럽을 두기로 했는데, 이 클럽이 바로 버닝썬이다. 전원산업은 버닝썬에 설비 명목으로 10억 원을 대여했고, 월 임대료도 시세인 2900만 원가량보다 훨씬 싼 1600만 원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이 단순 공간 제공을 넘어 운영까지 깊게 관여했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전원산업은 최근 경영 실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해 들어 9월 말까지 매출 392억원, 순손실 158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호텔 개관에 따른 여파가 남은 것이다. 적자가 커지자 전원산업은 급히 자금줄을 찾아 나섰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전원산업은 지난 2월 한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170억원의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IB 업계에서는 이 시중은행의 보증 없이는 전원산업이 CP를 발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찰은 전원산업이 버닝썬을 운영하며 수억 원의 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