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리버리 "글로벌 빅파마 4곳 이상과 기술이전 논의 중...임상 2상까지 안 팔리면 과감히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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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버리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에 기술수출을 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업모델에 충실할 겁니다. 글로벌 빅파마가 큰 관심을 갖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그게 국내 바이오 기업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죠."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사진)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20년 이상 천착한 끝에 자체 개발한 약물 전달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보였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질병의 90% 이상이 타겟 가능"
조 대표는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던 2001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TSDT 관련 논문을 처음 실었다. 우연히 발견한 세포막 투과 펩타이드(aMTD)가 세포막을 뚫고 여러 세포를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생체 내 연속 전송'이라고 한다. 그러나 투과성이 부족했고 약리물질을 붙였을 때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졌다.
그 이후 연구를 계속해 올해 초 신약을 개발하는 데 충분한 수준의 기술을 완성했다. 미국에서 특허도 등록했다. 조 대표는 "이와 유사한 연구를 했던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정말 어려운 약물 전달 기술을 우리가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이 기술의 어떤 점이 그토록 혁신적인 걸까. 바이오의약품의 70% 이상은 항체치료제와 재조합단백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바이오의약품이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해 세포 내부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체 질병의 90% 이상은 세포 안에 원인이 있다"며 "세포 밖에서 작용하는 바이오의약품으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TSDT의 핵심은 생체 내 연속 전송에 있다. 약물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기 위해 바이러스, 엑소좀, 리포좀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한 세포에만 약물을 넣을 수 있어 병변의 깊숙한 곳까지 충분한 양의 약물을 전달하기 어렵다.
조 대표는 "TSDT는 연속적으로 세포 내부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기술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셀리버리의 aMTD는 이중지질막 구조인 세포막의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여기에 특정 질병의 원인 물질과 잘 결합하는 약물을 붙이면 이 결합체는 세포들을 통과하면서 문제가 없는 세포는 그냥 지나가고 문제가 있는 세포는 치료한다. 그가 이 기술의 확장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조 대표는 "aMTD에 항체나 단백질을 붙이면 신약이 된다"며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빅파마와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했다.뇌질환 최대 난관 '혈뇌장벽' 통과 가능
이 기술을 바탕으로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고도비만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 쪽이다. TSDT가 뇌질환 치료제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지는 혈뇌장벽(BBB)를 투과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파킨슨병 파이프라인 'iCP-Parkin'은 뇌조직에 쌓여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조 대표는 "퇴행성 뇌질환은 뇌세포에서 생긴 나쁜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발병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대다수가 세포 바깥의 나쁜 단백질만 없앨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3곳이 이 물질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한 회사와 기술이전을 위한 독점적 협상계약을 맺은 뒤 현재 다음 단계를 논의 중"이라며 "다른 두 곳은 기술이전을 검토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평가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췌장암 파이프라인 'iCP-SOCS3'은 약리물질이 췌장암 세포에 집중되는 기전을 바탕으로 전임상에서 암 전이를 90%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중국의 주요 제약사가 이 파이프라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원숭이 독성시험을 한 뒤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TSDT를 자사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접목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빅파마도 많다. 그는 "뇌질환치료제나 항암제를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임상 2상까지 기술수출 못하면 과감히 포기"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의 모든 파이프라인은 현재 전임상 단계다. 조 대표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임상 3상까지 직접 마무리하고 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 파이프라인을 팔고 그들이 이를 끝까지 끌고 가야 성공적인 신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임상 2상 때까지 기술이전에 성공하지 못한 파이프라인을 과감히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얼마나 임상을 많이 진행했는지가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가 사갈 만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게 조 대표 주장이다.조 대표는 "훌륭한 파이프라인이 있으면 글로벌 빅파마가 돈을 주면서 연구개발을 요청한다"며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음이 검증되면 그들이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사진)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치는 목소리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20년 이상 천착한 끝에 자체 개발한 약물 전달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해보였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질병의 90% 이상이 타겟 가능"
조 대표는 미국 밴더빌트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던 2001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TSDT 관련 논문을 처음 실었다. 우연히 발견한 세포막 투과 펩타이드(aMTD)가 세포막을 뚫고 여러 세포를 돌아다니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생체 내 연속 전송'이라고 한다. 그러나 투과성이 부족했고 약리물질을 붙였을 때 구조적 안정성이 떨어졌다.
그 이후 연구를 계속해 올해 초 신약을 개발하는 데 충분한 수준의 기술을 완성했다. 미국에서 특허도 등록했다. 조 대표는 "이와 유사한 연구를 했던 곳은 지금까지 없었다"며 "정말 어려운 약물 전달 기술을 우리가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이 기술의 어떤 점이 그토록 혁신적인 걸까. 바이오의약품의 70% 이상은 항체치료제와 재조합단백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바이오의약품이 분자량이 크기 때문에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지 못해 세포 내부를 치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전체 질병의 90% 이상은 세포 안에 원인이 있다"며 "세포 밖에서 작용하는 바이오의약품으로는 질병을 치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TSDT의 핵심은 생체 내 연속 전송에 있다. 약물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기 위해 바이러스, 엑소좀, 리포좀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한 세포에만 약물을 넣을 수 있어 병변의 깊숙한 곳까지 충분한 양의 약물을 전달하기 어렵다.
조 대표는 "TSDT는 연속적으로 세포 내부로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기술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셀리버리의 aMTD는 이중지질막 구조인 세포막의 안팎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다. 여기에 특정 질병의 원인 물질과 잘 결합하는 약물을 붙이면 이 결합체는 세포들을 통과하면서 문제가 없는 세포는 그냥 지나가고 문제가 있는 세포는 치료한다. 그가 이 기술의 확장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조 대표는 "aMTD에 항체나 단백질을 붙이면 신약이 된다"며 "플랫폼 기술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빅파마와 폭넓은 협력이 가능하다"고 했다.뇌질환 최대 난관 '혈뇌장벽' 통과 가능
이 기술을 바탕으로 셀리버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췌장암 치료제, 고도비만 치료제, 골형성 촉진제 등을 개발 중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끄는 것은 뇌질환 치료제 쪽이다. TSDT가 뇌질환 치료제의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지는 혈뇌장벽(BBB)를 투과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파킨슨병 파이프라인 'iCP-Parkin'은 뇌조직에 쌓여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조 대표는 "퇴행성 뇌질환은 뇌세포에서 생긴 나쁜 단백질이 세포 밖으로 퍼져나가면서 발병한다"며 "현재 개발 중인 치료제 대다수가 세포 바깥의 나쁜 단백질만 없앨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제는 되지 못한다"고 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3곳이 이 물질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17년 한 회사와 기술이전을 위한 독점적 협상계약을 맺은 뒤 현재 다음 단계를 논의 중"이라며 "다른 두 곳은 기술이전을 검토하기 위해 파이프라인을 평가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췌장암 파이프라인 'iCP-SOCS3'은 약리물질이 췌장암 세포에 집중되는 기전을 바탕으로 전임상에서 암 전이를 90%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중국의 주요 제약사가 이 파이프라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 대표는 "원숭이 독성시험을 한 뒤 유리한 조건으로 기술이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TSDT를 자사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접목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빅파마도 많다. 그는 "뇌질환치료제나 항암제를 다국적 제약사와 공동 개발하는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임상 2상까지 기술수출 못하면 과감히 포기"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의 모든 파이프라인은 현재 전임상 단계다. 조 대표는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임상 3상까지 직접 마무리하고 제품을 유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 세계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에 파이프라인을 팔고 그들이 이를 끝까지 끌고 가야 성공적인 신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임상 2상 때까지 기술이전에 성공하지 못한 파이프라인을 과감히 포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는 얼마나 임상을 많이 진행했는지가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가 사갈 만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게 조 대표 주장이다.조 대표는 "훌륭한 파이프라인이 있으면 글로벌 빅파마가 돈을 주면서 연구개발을 요청한다"며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음이 검증되면 그들이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