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大의 기적' 이룬 스웬슨의 3가지 원칙
입력
수정
지면A10
85년 10억弗→2018년 294억弗데이비드 스웬슨이 운용하는 미국 예일대 기금이 지난 34년간 30배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는 재단 전입금 증가뿐만 아니라 기금 운용의 수익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거둔 연평균 수익률(12.6%)은 같은 기간 미국 주식시장의 성과(3.9%)를 크게 뛰어넘었다.
(1) 부동산·원자재까지 담아라
(2) 분산투자 전략 꾸준히 유지
(3) 리밸런싱 게을리 하지마라
예일대 기금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비결은 채권이나 대형주 위주의 운용 방식을 접고 부동산, 원자재, 이머징마켓, 사모펀드(PEF) 등 당시 대부분의 연기금이 외면하던 시장에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데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예일대 기금은 사모펀드에 운용자금의 14.4%를 투자했지만, 2018년에는 33.3%까지 비중을 확대했다. 사모펀드는 수익성이 높은 대신 투자의 위험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연기금은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게 가져갔지만 스웬슨은 사모펀드 투자가 오히려 연기금에 더욱 적합하다고 봤다. 기본적으로 연기금은 먼 미래의 지출을 위해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즉각 환매해 고객에게 자금을 지급해야 할 일이 드물다.예일대 기금이 놀라운 성과를 기록한 두 번째 비결은 여러 자산에 고루 투자하는 ‘분산투자 전략’을 꾸준히 밀고 나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18년이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6.2% 떨어졌고, 신흥시장은 하락폭이 16.6%로 더 컸다. 하지만 그해 미국 국채와 한국 국채의 성과는 각각 0.9%와 5.8%를 기록할 정도로 호황이었다. 이처럼 주식과 채권은 기본적으로 변화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하면 주식시장이 침체된 때에도 수익률이 급락하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물론 예일대 기금은 주식과 사모펀드 등 이른바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은 반면 채권 투자 비중은 4.2%에 불과해 2008년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세 번째 무기, 바로 ‘리밸런싱’이 있었다.
리밸런싱이란 장기적으로 설정한 목표 비중에 맞춰 자금을 재배분하는 일을 말한다. 주식과 채권에 각각 50%를 배분하는 연기금이 주식 가격이 50% 빠진 반면 채권 가격이 10% 상승한 해에 어떤 투자 성과를 기록했을지 생각해보자. 이 연금의 자산은 20% 줄어들었을 것이며, 주식 투자 비중은 31%로 그리고 채권 비중은 69%로 변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투자자 대부분은 주식 비중을 추가적으로 줄이기 위해 행동하겠지만, 예일대 기금은 정반대의 행동을 취한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50 대 50으로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매도하고 주식을 매입하는 ‘리밸런싱’을 단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 예일대 기금은 -24.6%라는 부진한 성과를 기록했지만, 주식과 사모펀드 등 당시 수익률이 부진했던 부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자금을 배정함으로써 2010년과 2011년에는 각각 8.9%와 22.9%라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
자산을 장기간 운용하려는 투자자라면 스웬슨 전략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스웬슨의 놀라운 운용 성과가 한국의 투자자 사이에서 재현되기를 희망해 본다.
홍춘욱 < 숭실대 겸임교수 hong8706@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