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미선 투자의 문제는 '이해상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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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현 증권부 기자 scream@hankyung.com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투자가 논란이 되자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동산 투자로 얻는 소득은 불로소득이라 생각했고, 보다 윤리적인 투자방법이 주식 투자라고 생각했다”며 “자산의 83%가 주식이라는 게 왜 비난받을 일인지 납득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청와대도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다.
이 후보자와 전직 법관인 오 변호사의 주식 투자는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화젯거리다. 주식시장에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인 만큼 이들이 일과시간을 쪼개 수천 건의 매매를 한 것(본지 4월 13일자 A2면)을 두고는 뭐라 하지 않는 분위기다.그렇지만 오 변호사의 항변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이해상충에 대한 부부의 무지(無知)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해상충에 대한 민간 영역의 도덕적 잣대가 어느 정도까지 엄격한지 이 후보자 부부와 청와대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경우 본인은 물론 배우자의 계좌 현황까지 신고하고 그 외 계좌에선 투자를 못 하도록 돼 있다. 본인이 담당하는 업종 내 종목의 매매는 완전히 금지돼 있다.
회계사도 비슷하다. 파트너급은 소속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회사의 주식을 일절 보유할 수 없다. 심지어 감사하는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도 투자하면 안 된다. 이 후보자 부부는 오 변호사가 특허법원 근무 시절 관련 분쟁이 있었던 삼광글라스 등에 투자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이 후보자 부부로선 “판사가 애널리스트나 회계사 수준으로 상장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이해당사자는 아니지 않냐”며 억울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해당 기업의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판사들이 증권사 임직원, 회계사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 결과가 한 기업의 생사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영향력은 훨씬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 같으면 이 후보자 부부 같은 판사에게 재판받기 싫을 것”이라고 말하는 증권인이 많다는 점을 당사자들과 청와대가 아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