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옆집 재개발 돕자"…성수동에 무슨 일이?

성수2지구 해제되면 '50층' 계획 타격
"조합 설립 돕자"…1·3·4지구 '품앗이'
서울 압구정동에서 바라본 성수동 일대. 오른쪽 '트리마제' 옆으로 성수전략정비구역이 보인다. 전형진 기자
“동의서 걷는 거라도 도와주자고 이웃들이 나서고 있어요.” (서울 성수동 A공인 관계자)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조합설립이 지지부진한 구역내 성수2지구가 일몰제 적용 위기에 몰려서다. 일몰제란 정비사업이 일정 기간 진척되지 않으면 구역에서 해제하는 제도다. 한강변에서 유일하게 50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하지만 2지구가 해제되면 다른 지구 초고층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1·3·4지구 소유주들이 이웃인 2지구 조합설립을 돕기 위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조합 설립 돕자”…이웃집서 ‘품앗이’

19일 성수동 성수전략 2지구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 구역은 최근 조합설립 동의율을 55%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조합설립인가 조건인 75%엔 아직 한참 모자란다. 앞으로 1년여 안에 동의율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재개발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 내년 3월 전에 조합설립 신청을 하지 못하면 일몰제가 적용돼 정비구역이 해제될 수 있는 까닭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승인된 추진위는 2016년 3월 2일부터 4년 안에 조합을 설립하지 않으면 구역해제가 가능한 것으로 단서를 두고 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은 2012년 1월 31일 이전 지정된 정비구역의 ‘데드라인’을 2020년 3월 1일로 두고 있다. 이때까지 사업이 지연돼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못한 곳은 시·도지사가 정비구역에서 직권해제할 수 있다. 성수전략 1~4지구는 2011년 2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시한이 내년 3월이다. 성수1·3·4지구는 이미 일몰제를 피했다. 2지구는 진척이 느려 일몰 위기에 몰렸다. 성수2지구 추진위 관계자는 “일단 6월 조합설립총회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총회 일정을 홍보하면서 동의율을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재개발조합을 설립할 때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 기준(75%) 외에도 토지면적 기준 동의율(50%)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성수2지구의 토지면적 기준 동의율은 아직 28%에 머무르고 있다. 동의서를 더 걷어 당장 인별 기준 동의율(75%)을 충족하더라도 큰 땅을 갖고 있는 소유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면적 기준 동의율(50%) 미달로 조합설립을 신청할 수 없다. 성수2지구는 면적이 약 13만2000㎡로 성수전략정비구역 내에서 두 번째로 크다. 성수동 B공인 관계자는 “주변 지구와 비교하면 공장과 상가 같은 큰 땅이 많은 편이어서 면적 기준 동의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결국 이웃인 성수1·3·4지구 소유주들이 나서고 있다. 2지구가 일몰로 몰려 해제될 경우 나머지 1·3·4지구의 초고층 재개발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성수전략정비지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통해 최고 50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진 곳이다. 성수동 A공인 관계자는 “1·3·4지구 소유주들과 주변 중개업소까지 자발적으로 나서서 2지구 조합설립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일부에선 돈을 걷어서라도 2지구에 OS요원(아웃소싱 홍보요원)을 붙여주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2지구를 밀어주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50층 무산 가능성 대두
최악의 시나리오는 성수2지구가 일몰 기한 도래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바로 직권해제된다. 이때 일대 50층 계획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공원과 도로 계획 등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전체가 공통으로 적용받는다. 만약 2지구가 해제된다면 기반시설 조성을 처음부터 다시 구상해야 한다.

서울시는 이미 2지구의 사업 무산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성동구에 “성수2지구가 해제되면 전략정비구역 내 기반시설 설치가 무산될 수 있으니 도로와 공원 등이 완결성 있게 조성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 여파로 성수4지구의 건축심의는 1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최근엔 변수가 더 늘었다.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와 강변북로 지하화 사업 등 다른 지역 개발사업까지 고려해 기반 시설 설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용산마스터플랜은 지난해 8월 집값 급등을 이유로 발표 시점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언제 나올지 모르는 주변 개발계획을 기다리느라 성수전략정비구역 일대 재개발 계획안 수립이 더 늦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성수동 C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운데 2지구의 손바뀜이 가장 많았다”며 “투자자들은 조합설립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동의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비업계에선 이미 ‘사형선고’를 내렸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1년 안에 동의율이 비약적으로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내년 서울시 도계위에서 일몰 기한이 2년 연장되느냐 안 되느냐로 명운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지구의 재개발을 반대하는 이들은 정비구역 해제가 더 유리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상가 등 소유주들의 경우 재개발로 이주가 시작되면 생계를 위협받는다. 하지만 구역이 해제돼 개발행위허가제한이 풀린다면 증축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임대수익을 늘릴 수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설령 통합 50층 계획이 무산되더라도 나머지 1·3·4지구에 35층 규모 아파트 수천 가구가 들어서는 뼈대엔 변함이 없다”며 “2지구 상가 소유자들은 오히려 독점 상권으로 개발되는 게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을 찬성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전형진/선한결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