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주연선 "비워진 나를 채우는 건 결국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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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필과 18일 차이코프스키曲 협연마에스트로 정명훈이 2005년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뒤 첼로 수석 자리는 3년 넘게 공석이었다. 정 감독이 수차례 오디션을 봤지만 마음에 드는 소리를 찾지 못해서였다. 결국 인재 물색 범위를 미국과 유럽으로 넓혔고 2008년 뉴욕에서 마침내 적임자를 발견했다. 첼리스트 주연선(39·사진)이었다. 그는 8년여를 첼로 수석으로 활약하다가 2017년 3월 중앙대 예술대 음악학부 교수로 부임하면서 서울시향을 나왔다. 이후 솔리스트와 협연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8일 연세대 백주년기념관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한경닷컴 신춘음악회에서도 한경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펼친다.
주 교수는 “서울시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하지만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아 언젠가는 하고 싶던 후학 양성이란 새 길을 찾아 나섰다”고 ‘이적(移籍)’을 설명했다. 지금도 가끔 단원이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을 만나 연주로 얻는 성취감은 어떤 희열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는 음악적으로 얻기보다 내어주는 입장이다. 주 교수는 “경험과 지식을 최대한 쏟아붓는다”며 “제자들의 실력이 늘고 그들과 인간적으로 공감할 때 또 다른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그렇게 비워져 가는 자신을 다시 채우는 것은 결국 연주, 그리고 무대다. 서울시향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기도 하고 다양한 실내악 무대에도 선다. “동료들과 함께 연주하고 그들의 연주를 들으면 자연스레 ‘재충전’된다”고 했다.
이번 신춘음악회에서는 지휘자 홍석원이 이끄는 한경필과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다. 그는 “화려하면서도 절대 쉽지 않은 곡”이라며 “첼리스트라면 꼭 해야 하는 곡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폭이 넓다”고 말했다. 템포를 자유롭게 늘리거나 당겨 내는 루바토를 구사할 수 있고 기교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솔로 연주 구간(카덴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유의 몸’으로 자신이 설 무대를 선택할 때는 어떤 기준을 세워 뒀을까. 그는 “음악적 목적과 색깔이 분명하고 성취감이 있을 것 같은 무대를 선호한다”면서 “젊은 지휘자가 이끌며 새롭게 다듬어 가는 한경필과 음악적 호흡을 맞춰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전하는 도전의 무대는 이어진다. 오는 23~26일 서울스프링실내악 축제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23일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