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균형성장 전략' 본격화

'경제 견인차' 반도체산업 장기 발전 전략…5나노 공정으로 토대 구축
文대통령도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주문…국가 신성장동력 육성 박차

삼성전자가 16일 발표한 극자외선(EUV) 기술 기반의 5나노 반도체 공정 개발 성공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발전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한국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비메모리 부문과의 '균형 발전'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삼성전자의 회사 경쟁력 강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회사측은 거듭 강조했다.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날 소개한 5나노 EUV 공정은 최근 글로벌 업계에서 메이저 업체들이 명운을 걸고 앞다퉈 개발 중인 최고난도의 초미세 공정이다.
전세계 파운드리 업계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만 TSMC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경쟁하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은 파운드리 분야에는 다소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업계 최초로 7나노 EUV 공정 개발에 성공하는 등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 분야에서는 선두권에 진입하며 TSMC 등 선발업체들과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최첨단 EUV 공정 기술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전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비메모리 부문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이 가운데서도 절반 이상이 시스템 반도체이지만 한국 업체의 시스템 반도체 분야 글로벌 점유율은 약 3%에 그치고 있다.

또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도 글로벌 수준에 미달한 상태로, 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업계의 매출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실리콘웍스가 유일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화두로 부상한 5G,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에서 시스템 반도체가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기술 개발을 통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와 소재·장비 업계의 역량 강화에 '지원군'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 메모리 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도 신속히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월 "오는 2030년까지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밝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분야에서 과감한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는 한편 국내 팹리스 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파운드리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SAFE·Samsung Advanced Foundry Ecosystem)'와 초미세 공정을 국내 팹리스 업체들에 제공해 초소형, 초전력, 고성능 제품 생산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회사 관계자는 "초미세 공정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파운드리 기술 리더십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라면서 "아울러 첨단 공정 역량 강화를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 발전과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발전뿐만 아니라 팹리스 업체의 성장과 협력을 위한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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