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임명 놓고 여야 '강 대 강' 대치…4월 국회 '빈손' 우려

靑, 보고서 송부 재요청…한국 "항복요구서", 바른미래 "우격다짐 임명안돼" 반발
민주 "결격 사유 없다"…전향적 판결 사례 공개하며 이 후보자 엄호
여야가 16일 주식 과다 보유와 매매 논란을 빚은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문제를 놓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얼어붙은 정국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시한(15일)을 넘긴 이날 이 후보자의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자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야당이 강하게 반발해 정국 경색이 더욱 심해진 분위기다.

'이 후보자의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여권과 이 후보자 사퇴와 청와대 인사라인 경질을 요구하는 야권의 대립은 보고서 송부 재요청을 계기로 더욱 첨예해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 대통령이 18일까지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재요청한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청문보고서 송부 재요청을 "청와대발(發) 항복요구서"라고 규정하면서 "앞으로 국회 위에서 청와대가 군림하겠다는 선언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가장 높은 청렴성과 윤리성을 필요로 하는 헌법재판관마저 우격다짐으로 임명할 수는 없다"며 "대통령은 국민과 반대에 설 것이 아니라 즉각 지명을 철회하고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등 인사라인을 경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내부 정보를 갖고 주식거래를 했으면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 그런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에 결격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 후보자 엄호 모드를 유지했다.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그동안 노동, 여성, 인권 등의 분야에서 전향적인 판결을 한 사례를 공개하며 적격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유아 성폭력범의 항소심에서 음주에 따른 충동적 범행, 피해자 부모와의 합의가 형을 감경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한 판결로 이 후보자가 2009년 여성인권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대립에 더해 여야 4당(한국당 제외)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논의 교착,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둘러싼 여야 시각차 등은 대치 정국에 냉기류를 더하는 요인이다.여야 대치에 4월 임시국회는 중반이 지나도록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다.

물론 여야 모두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 결정 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 등 민생 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한국당이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철회 없이는 4월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25일께 국회로 넘어올 것으로 보이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청와대의 이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도 여야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날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의 회동에선 추경과 이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에서 절충점을 찾지 못해 의사일정 합의에 실패했다.

일단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대여 공세 수위를 높여 가면서도 일정 보이콧 카드는 검토하지 않아 현재까진 4월 국회가 파행 국면을 맞고 있지는 않다.

다만 청와대의 이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에 야당이 반발해 4월 국회가 성과 없이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벌써 대두하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의 임명이 이뤄지면 야당의 강한 반대로 4월 국회가 단숨에 '올스톱'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4월 국회가 원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일단 청와대는 '중대한 흠결이 없다'고 판단한 이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 재송부 시한을 18일로 정한 만큼 19일에 이 후보자를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여기에는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이 후보자마저 야권 공세에 낙마하면 국정 장악력이 단숨에 약해질 수 있다는 여권의 우려도 깔려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