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블록체인 시장 '춘추전국시대'

초기시장 선점 통한 '승자독식 효과' 기대감
MS·AWS·IBM, 삼성·SK·카카오 등 솔루션 출시
'프라이빗→하이브리드 블록체인' 트렌드도 변화
필 자마니 아르고 최고경영자(CEO)가 기존 블록체인과 아르고를 비교 설명하고 있다.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부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까지 기업 요구에 초점을 맞춘 블록체인 인프라를 선보이고 나섰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로코는 17일 기업용 블록체인 솔루션 '아르고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기업 요구에 맞춰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를 갖췄고,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SQL라이트를 지원해 기존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기업 관계자들 대상으로 연 이날 행사에서 필 자마니 아르고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은 주로 지불·결제 기능에 집중했지만 아르고는 처음부터 DB 관리를 비롯한 기업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며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 의지를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한 블록체인 솔루션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장섰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등은 이더리움·하이퍼렛저 등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을 각각 내세웠다.

BaaS는 블록체인 전문 개발자 없이도 기업이 손쉽게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다. 블록체인은 진입장벽이 높다. 솔리디티 등 활용이 적은 개발 언어를 사용하고 노드(참여자) 구축, 생태계 조성 등 초기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 글로벌 IT 기업들은 이를 도리어 기회로 삼았다. 블록체인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BaaS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는 이유다.한국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다. 국내의 블록체인 전문 개발자는 기업 수요에 크게 못 미치는 약 2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삼성SDS, SK C&C, 카카오 등 IT 대기업부터 아이콘루프, 블로코 등 스타트업까지 BaaS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6일엔 KT도 '기가체인 BaaS'를 공개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동면 KT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사장)이 5G 기가 인터넷과 블록체인을 결합한 기가체인을 설명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초기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 뛰어든 기업들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무기로 삼았다. 사전에 합의된 주체만 참여할 수 있거나 권위증명(PoA) 프로토콜을 활용해 공급자가 네트워크를 관리하도록 해야 기업 환경에 부합한다는 주장이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처리 속도도 느려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블록체인 형태가 주목받는다. 우선 위임지분증명(DPoS) 방식 등을 통해 퍼블릭 블록체인 처리 속도가 개선됐다. 여기에 △투명성 △보안성 △신뢰성 △가상화폐(암호화폐)를 통한 토큰이코노미 구축에 있어 퍼블릭 블록체인의 기존 강점이 작용했다. 이날 공개된 아르고 역시 유명 퍼블릭 블록체인 이더리움에 연동해 신뢰성을 확보했다.업계는 당분간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둘러싼 블록체인 기업들의 경쟁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것으로 봤다. 아직 블록체인 인프라에 대한 공통된 정의나 표준이 존재하지 않는 초기라 시장을 선점하면 승자독식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처럼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계속 등장하기보단 이미 공개되거나 개발 완성 단계에 이른 블록체인끼리 경쟁하는 가운데 선택 및 도태되면서 성숙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승자가 되는 경우에도 각국 정책과 맞물려 지역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의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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